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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박광식(32)·박지혜(여·30) 부부

“미안한데, 나 다른 직장에 합격해서 서울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 사귄 지 일주일 만에 남편은 저(지혜)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어요. 둘 다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퇴근하고 자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거든요. 사귀자마자 장거리 연애를 선언해 솔직히 원망스러웠어요. ‘이제 다 잡은 물고기라는 건가?’ 싶었습니다. 난생처음 하는 장거리 연애를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저 역시 서울로 이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먼저 서울로 가게 된 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응원하는 마음으로 남편 결정을 지지해 줬습니다.

3년이 지나 저도 서울로 이직을 준비하기로 하고 직장을 그만뒀어요.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부모님 가게 운영이 어려워진 데다 제가 하던 일을 대신할 직원을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결국 제가 더 돕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구미에서 2년이 더 흘렀어요. 사귄 지 일주일 만에 시작된 장거리 연애가 5년이나 이어진 거죠.

장거리 연애가 길어지다 보니 여러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연애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거니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어요. 결국 부모님께 제 심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서 서울에 올라가 남자친구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어요. 뜻밖에 부모님께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답니다. 양가 부모님 허락을 받고,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살고 보니 남편이 재테크에 관심이 없단 걸 알게 됐어요. 그냥 빨리 부부가 돼 제가 돈 관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얼마 뒤 차 안에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결혼하자!”

같은 대학 산업디자인과를 나와 부부까지 된 우리는 부부 일상을 담은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있습니다. 미래에 아이가 태어난다면 엄마 아빠의 연애, 결혼 이야기를 보고 재밌어하지 않을까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