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1차 준비기일

김성태 등 관련자 모두 유죄 판결
이재명 ‘대납사실’ 인지 여부 쟁점될듯

수원=이후민·정선형 기자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형사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이 27일 본격 시작됐다.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방대한 기록 등을 검토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이날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뇌물 공여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대표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 변호인 등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이 약 4만 쪽에 달해 관련 자료 열람·등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진행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기간을 임의로 지정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전체 기록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않더라도 각 증거에 대한 가치 판단과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재판부는 오는 10월 8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이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재판 등에서 공판준비 절차만 4개월 가까이 진행됐던 상황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재판에서 이 대표 측과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경기도의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와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이 대표가 보고받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두 차례 통화했다는 점과 이 대표가 스마트팜 사업 비용과 방북비용 대납을 이 전 부지사에게서 보고받았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을 인정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의 창작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에서 김 전 회장이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남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7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22일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필리핀에 리호남은 없었다”고 주장해 이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이 시작되면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을 오가며 4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사건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위증교사 의혹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