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깨진 창문들… 22일 저녁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가운데 23일 오전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화재 참사 또 인재였나

8층 여성 낙하하자마자 뒤집혀
뒤이어 뛰어내린 남성은 바닥에

7년 연한인데 18년된 매트 사용한 듯
전문가 “공기 주입량도 살펴봐야”

소방 “규격·설치 문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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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조율·이승주 기자, 부천=전수한 기자

19명의 사상자를 낸 22일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당시 소방은 공기 안전 매트(에어매트)를 펼쳤지만, 뛰어내린 투숙객 2명 모두 사망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이들은 에어매트를 ‘안전매트’라고 믿고 몸을 내던졌지만, 에어매트는 정작 뒤집히면서 이들의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다.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부실 설치 가능성과 함께 사용연한이 지난 매트를 설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3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화재 당일 오후 7시 55분쯤 8층 객실에 있던 남녀 2명이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지만,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이들 모두 사망했다. 이들은 같은 807호에 투숙해 있던 투숙객으로 확인됐다.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의 가장자리 부분으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고, 이 여성은 낙하 충격을 상당 부분 입어야 했다. 2∼3초 후 뛰어든 남성 역시 뒤집힌 매트 위로 몸이 떨어지면서 거의 맨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이들이 뛰어내린 뒤 뒤집힌 걸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부천소방서 관계자도 “여성이 떨어질 때 모서리 쪽으로 쏠리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는데 사실 흔하게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적절한 에어매트가 사용됐는지, 설치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화재에 사용된 에어매트는 10층 이하 낙하를 126㎏까지 버틸 수 있는 제품이지만, 18년 전인 2006년 지급돼 내용연수(사용 가능 기한)인 7년을 훌쩍 넘긴 채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내용연수가 지나더라도 심의를 거쳐 재사용할 수는 있지만, 노후화로 기능이 저하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사진 곳에 설치를 했는지 또는 에어매트에 과도한 공기 압력을 넣었는지 등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탈출자의 층수에 맞는 규격의 에어매트를 여러 개 준비해 탈출자가 에어매트 가운데로 떨어질 확률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녀가 시간 간격을 거의 두지 않고 에어매트에 연달아 떨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어매트는 1회 1인 낙하가 원칙으로, 한 탈출자가 낙하한 뒤 매트의 원형이 복원된 후에 다음 탈출자가 낙하해야 한다. 문 부회장은 “8층에서 패닉 상태에 빠졌을 것이고, 저녁이었기 때문에 목표 지점이 잘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확성기 등을 이용해 타이밍과 방법을 안내하고, 불빛 등으로 떨어질 지점도 정확히 알려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한 명이 매트에 떨어진 뒤 지상으로 내려오고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후에 다음 사람이 떨어지도록 신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부회장은 “에어매트는 구조대원이 화재 현장으로 진입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방법”이라며 “에어매트에 제대로 뛰어들어도 생존 확률이 높지 않고, 살아남더라도 경추 등의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