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당시 8층에서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 2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 투숙객이 뒤집힌 매트 위로 떨어지고 있다. SNS 캡처

■ 부천 호텔 화재 참사

8층서 낙하 뒤 땅으로 튕겨나가
소방청 “매트 뒤집힌 건 이례적”

조재연·이승주 기자, 부천=전수한·노지운·김린아 기자

22일 저녁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가 지난 6월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에 이어 또다시 벌어진 인재(人災)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화재 당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 밖에 설치된 공기 안전 매트(에어매트)는 이례적으로 뒤집히면서 사람이 튕겨 나가는 ‘살인 매트’가 됐다.

23일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 규모 호텔의 8층 객실에서 불이 나 20~50대 투숙객 등 7명이 사망했다. 특히 8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남녀 투숙객 2명이 숨진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 영상과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매트가 뒤집혔고, 이어 남성이 떨어지면서 땅으로 튕겨 나갔다.

소방청은 현장에 설치된 에어매트 규격은 가로 4.5m, 세로 7.5m, 높이 3.0m로 126㎏의 무게가 10층 이하 높이에서 떨어졌을 때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매트가 18년 전인 2006년 지급돼 내용연수(사용 가능 기간) 7년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나, 노후화로 인해 기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에어매트에 사람 여러 명이 연속해 떨어져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에어매트는 ‘1회 1인 낙하’가 원칙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방청이 인정하듯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설치 과정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기 합선 가능성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오전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담뱃불이 옮겨붙는 등 실화 가능성도 남아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 감식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