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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카즈웰(33)·윤소윤(여·36) 부부

2015년, 제(소윤)가 일하던 오산 공군기지 푸드코트에 남편이 신입 사원으로 들어왔습니다. 반갑게 인사했는데,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남편을 보고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라며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일터에서 남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서운한 맘이 컸는지, 회식 날 제가 남편에게 영어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그것을 사귀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나 봐요. 영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불러일으킨 오해였죠. 그런데, 그때부터 까칠한 남편이 유독 저만 챙겨주는 거예요. 이역만리 타국으로 날아온 남편, 고향을 떠나 새 고장에 정착한 저. 모두 마음 한편에 외로움이 있었기에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호감이 커지자 어느 날 저도 모르게 남편에게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어요. 남편은 “타지 생활에 외로워 착각한 것일 수 있다”며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 보자고 해 연인이 됐습니다. 사실 남편은 입사 첫날부터 제게 관심이 있었지만,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이 진지하게 오랜 연애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해요. 연인이 된 남편은 아이 같았어요. 제게 계속 요리를 해달라고 조르길래 집에 있던 남은 재료로 새우볶음밥을 만들어 줬거든요. 남편은 이제까지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며 극찬했죠. 이후에도 몇 번 요리를 해줬는데, 남편은 그때 먹은 새우볶음밥을 뛰어넘는 요리는 없다고 회상하곤 해요.

2017년 6월, 우리 두 사람은 부부가 됐습니다. 결혼한 뒤 남편은 저보다도 제 변화를 먼저 알아차릴 정도로 제게 관심을 쏟아요. 어느 날, 제가 평소와 달리 피곤해하니 남편이 “임신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하는 마음에 해 본 임신 테스트기엔 두 줄이 떴어요. 겨우 임신 3주차였는데 남편이 바로 알아차린 게 신기했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