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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전병주(31)·김혜미(여·31) 부부

새 부서에 배치받은 지 한 달 정도 지났을까요.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저(병주)는 우연히 그 부서에서 일하고 있던 아내를 발견했어요. 선천적인 이유로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누구보다 명랑했기 때문에 눈길이 갔죠. 특히 아내도 나이가 많은 상사분들과 일하다가 또래 사원인 제가 들어오니 무척 반가웠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 모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마침 회사에 복지 차원에서 코인 노래방이 생겨 자주 놀러 갔습니다. 아내에겐 적극적으로 호감 표시를 했어요. 한 번은 강남에 둘이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요. 하필, 제가 가려던 맛집이 휠체어 진입이 어렵게 설계돼 있었어요. 그때 무슨 용기가 났는지 아내에게 “내가 안고 들어갈게”라고 제안했습니다. 아내는 이때 제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요.

부서 사람들이랑 놀 때도 테이블 밑 아내 휠체어 발판에 몰래 발을 올려 봤고요. 기분이 좋지 않던 어느 날, 아내에게 푸념하기 위해 전화했는데 어느새 기분 나쁜 일은 모두 잊고 웃고 있는 저를 자각했어요.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고백했고,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서로 알게 된 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어요.

저희는 2024년 6월 정식으로 부부가 됐습니다. 결혼할 무렵,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유행했는데, 주인공 ‘솔이’ 역시 다리가 불편한 설정이잖아요. 부장님께서 저희 결혼 소식을 듣고 “드라마 OST를 축가로 하면 어떻겠냐”라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드라마 주제가인 ‘소나기’를 축가로 불렀습니다. 그런데, 제 축가 영상이 인스타그램에서 140만 조회 수를 기록했더라고요. 주변 도움도 이어졌는데요. 아내가 평소 타고 다니던 전동 휠체어가 검은색이라 하얀 웨딩드레스와 어울리지 않아 많이 걱정했어요. 그 고민을 SNS에 올렸더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전동 휠체어를 협찬했던 곳의 사장님께서 흔쾌히 흰색 전동 휠체어를 빌려주셨어요. 그 덕분에 정말 저희 부부도, 하객도 모두 기억에 남는 행복한 결혼식을 진행했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