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법원 법정 내부. 연합 뉴스

"외부 유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대구=박천학 기자



의무병으로 근무했던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에 무단으로 출입해 군사기밀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2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형사 11부(부장 이종길)는 군사기밀 보호법·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22) 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 아버지 B(53) 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2년 3월 19일부터 4월 17일까지 주말·야간 9차례에 걸쳐 전산조작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임의로 출입권한을 부여받은 미인가 출입증을 이용해 업무와 관계없이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산보호 소프트웨어인 암호모듈 등 군사기밀이 보관된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은 군사기밀 보호법상 군사보호구역(군사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A 씨는 2022년 4월엔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간 뒤 우연히 알게 된 비밀번호로 비밀보관함을 열고 서랍에 보관돼 있던 군용물이자 군사Ⅲ급 비밀(전산보호 소프트웨어)인 암호모듈 1개를 꺼내 해군작전사령부 영내에 있는 자신의 생활관으로 가져간 혐의로도 기소됐다.

A 씨는 또 의병전역 이후인 2022년 10월 자신의 주거지에서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하던 군 수사관을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B 씨는 당시 수사관에게 욕설을 하면서 물건을 던지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2022년 8월 군 목무 부적합 사유로 의병 전역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군의 암호체계 관련 핵심 기술이 내장된 군용물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대할 수 있어 피고인 A 씨의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훔친 군사기밀에 관한 군용물은 인증서 만료 이후 사용하지 않던 것으로 암호키 유출 등 국가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이고, 수사과정에서 군사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군 복무 부적합을 사유로 의병전역을 한 것이 어느 정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과 초범인 점, 뒤늦게나마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