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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짜니니(28)·최예진(여·32)부부

워킹 홀리데이에 합격해 퇴사하고 떠난 아일랜드. 잔뜩 즐겨야겠다 생각했는데, 어학원에서는 저를 기초 회화반이 아니라 시험 준비반에 배정했어요. 영어가 능숙해 굳이 기초반에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요. 시험 준비반에 등록된 사람들은 모두 시험이 목적이었기에 놀 여유가 없던 사람들이었죠. 제발 나와 놀아줄 사람 한 명만 와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때 등장한 게 저희 남편입니다.

스위스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온 남편과 시티투어를 함께 갔답니다. 당일 폭우가 쏟아진 탓에 같이 가려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갔거든요. 결국 둘이서 시티투어를 떠났죠. 제가 연상이라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샀는데, 남편이 “여자에게 돈을 내게 하는 건 신사로서의 수치”라면서 다음에 자기가 맛있는 저녁을 사겠다고 우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아일랜드로 오기 전에 생각해뒀던 맛집에 갔답니다. 신변잡기부터 자기 나라의 정치 이야기까지 했는데, 뭐가 그리 재밌는지 5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수다를 떨었어요.

어느 날, 남편이 제게 고백하더라고요. 저와 사랑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요. 나이 차이도 적지 않아 제가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나름 누나다운 조언을 해줬는데요. 남편이 불같이 화를 내더라고요. 자기감정을 재단하지 말라면서요.

그 이후로 남편은 아일랜드에 있는 동안 제게 6번 넘게 고백했지만 전 모두 거절했어요. 남편은 스위스로 떠나면서 기다릴 테니 마음의 준비가 되면 얘기해달라고 했죠. 저보고 스위스로 한번 놀러 오라고도 해서 초대를 받고 찾아간 스위스에서 남편 가족과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남편이 왜 이렇게 멋지게 자랐는지 알겠더라고요. 결국, 사귀기로 했죠.

저희는 지난해 8월 결혼했어요. 결혼식 준비가 ‘선 넘은 패밀리’라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방영되는 잊지 못할 일도 있었는데, 어느새 결혼한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네요. 신혼생활은 스위스 시부모님댁에서 함께하고 있어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