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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정동모(36)·심혜은(여·36) 부부

저(혜은)는 직장 동료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당시에는 오랜 취직 준비 끝에 입사한 거라 모아놓은 돈도, 마음의 여유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최대한 폐를 안 끼치고 빨리 끝내고 오자는 마음이었는데요. 남편이 이것저것 질문했는데도 “네” “아니요” 단답형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상대방으로서는 답답하고 기분이 안 좋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거기에 2차로 간 카페에서도 사달이 났어요. 커피는 제가 사려고 했는데, 아침까지 잘 결제되던 카드가 갑자기 먹통인 거예요. 몹시 당황한 나머지 “어, 왜 이러지?”라면서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 지갑에 다른 카드도 여러 장 있었는데, 그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당황했어요. 결국, 남편이 커피까지 샀죠. 남편은 거기서 “이번 소개팅은 틀렸다”고 체념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에 안 든다는 걸 돌려서 표현했다고 생각했다네요.

집에 돌아와서 가족에게 소개팅 후기를 말했더니 새언니가 나무랐어요. “그렇게 행동하면 주선자에게 매우 무례한 행동”이라면서요. 다시 한 번 만나 밥이라도 사라고 하더라고요. 약속을 잡으려고 문자를 보내려는데, 새언니가 문자를 하나하나 첨삭해 주기까지 했답니다. 남편은 흔쾌히 다시 만나자고 했고요.

남편은 무뚝뚝하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해 어리둥절했다고 하더라고요. 동갑이다 보니 그다음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면서 서로 마음을 열었어요.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돼 2019년 12월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결혼 후 첫 아이가 생기면서 SNS에 육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노트에 글로 쓰면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어 시간이 흘러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기로 했어요. 훗날 아이들이 지금 저희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 아빠가 써준 육아 일기를 보며 행복하게 웃고 떠들기를 소망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