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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박준하(32), 김수정(여·36) 부부

남편은 제(수정)가 다니던 회사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어요. 사회 초년생이라 그런지 열정이 넘쳤습니다. 거기에 가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죠. 속으로 ‘이 사람 앞으로 사회생활이 힘들겠군’ 싶었죠. 저와는 너무 다른 직설적인 성격에 친해질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타지에 살아 심심하단 말을 기억하고는 어느 날 같이 카페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런 만남이 반복되면서 남편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마음이 열렸던 것 같아요.

사실 남편이 저에게 호감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4살 연상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사근사근한 성격도 아니었고요. 그동안 타지에 홀로 떨어져 지내며 경계심이 많아져 사람을 쉽게 사귀지도 못했어요. 서로 적지 않은 나이라 사귄다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해 고민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자기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죠.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일했으니 비밀 연애를 했어요. 숨기려고 많이 노력했죠. 회사에서는 서로에 ‘님’ 자를 붙여 가면서 꼬박꼬박 존대했어요. 회사 건물 안에서는 CCTV에 찍히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다녔고요.

PC 카카오톡 때문에 위기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자기 PC 화면을 동료와 공유했는데, 마침 제가 남편에게 메시지를 연달아 보낼 때였어요. 동료분이 “왜 수정 님한테 이렇게 카톡이 많이 오냐?”라고 물어봐서 변명하느라 혼났다고 하더라고요. 사내연애하는 분들이라면 무엇보다 PC 카카오톡을 꼭 조심해야 합니다!

1년 연애를 끝마치고 저희는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저희가 커플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직장 동료들은 청첩장을 받아보고 어안이 벙벙해 하더라고요. 매우 미안했습니다. 결혼하고 남편은 다른 회사로 옮겼어요. 부부가 한 부서에 있는 건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아 내린 결정이죠. 매일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재미로 출근했는데, 요새는 월요일마다 힘드네요.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