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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로부터 활동명 ‘지드래곤’, ‘지디’ 등에 대한 상표권을 대가 없이 양도받았다는 미담이 전해진 가운데 유명 K-팝 가수들의 상표권 분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드래곤 사례와는 반대로 전(前)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그룹 엑소의 유닛 그룹인 첸백시는 상표 사용을 두고 SM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은 이미 YG로부터 상표에 대한 권한을 양도받았다. 향후 그를 지칭하는 ‘지드래곤’이나 ‘지디’라는 명칭을 거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드래곤의 현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 측은 "양현석 대표의 배려로 대가 없이 상표권을 넘겨받았다"고 말했고, YG 역시 "지드래곤 등의 상표권을 갤럭시코퍼레이션에 양도했다"고 이를 인정했다.

K-팝 그룹의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은 장기간 반복됐다. HOT, 신화를 비롯해 최근까지 그룹 비스트는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각 그룹을 기획한 소속사가 상표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인식이 달라졌다. 각 그룹을 대표하는 멤버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고 떠난 상황 속에서 기존 소속사가 상표를 고집하는 것은 ‘껍데기’만 쥐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K-팝 스타가 소속사에 종속되던 개념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K-팝 스타와 소속사를 동등한 입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각 멤버들이야말로 각 그룹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룹 인피니트 멤버들은 지난해 5월 울림엔터테인먼트로부터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데뷔 13주년을 맞아 ‘완전체’ 활동에 뜻을 모은 멤버들이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했고, 울림 측은 선뜻 상표권을 양도했다.

전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료된 그룹 갓세븐 역시 상표권을 양도받았다. JYP는 지난 2014년 이미 갓세븐 관련 상표권을 획득한 상태였다. 하지만 JYP는 기꺼이 이를 멤버들에게 내줬고 멤버 뱀뱀은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에게 "갓세븐으로 활동할 수 있게 이름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공개적인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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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엑소 첸백시는 상표권 사용을 둘러싸고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들은 지난 6월 SM엔터테인먼트 임원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SM과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독립하는 과정에서 첸백시 매출 10％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SM과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는 것이 첸백시의 주장이다. SM이 음반·음원 유통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부터 수수료율 5.5％를 적용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즉 계약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 10% 지급’ 계약 역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SM은 "당사와 첸백시와의 전속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측이 상표권 사용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공기는 심상치 않다. 첸백시 측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차별적 수수료율을 문제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정식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CAO(Chief A&R Officer)가 직접 ‘수수료율 5.5%’를 언급한 물적 증거가 등장한 상황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이들의 법적 다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상표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지만 각 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멤버들이 떠나면 효용가치가 없기 때문에 최근에는 상표권을 아티스트에게 양도하는 ‘아름다운 이별’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최근 YG의 지드래곤, JYP의 갓세븐 상표권 무상 양도와 SM-엑소 첸백시 간 분쟁은 상표권을 둘러싼 K-팝 시장의 과도기적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