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女핸드볼, 獨에 23-22 승리

수적 우위 ‘엠프티 골’ 주효
강인한 체력도 승리 원동력
2개 대회 연속 8강행 청신호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에 첫 승전보를 전했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파리아레나6에서 열린 독일과의 핸드볼 여자부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3-22로 승리했다.

세계랭킹이 22위인 한국은 독일(6위), 노르웨이(2위), 덴마크(3위), 스웨덴(4위), 슬로베니아(11위)와 A조에 편성됐다. A조는 언제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춘 북유럽 최강국이 즐비해 ‘죽음의 조’에 비유된다. 각 조 4위까지 주어지는 8강을 1차 목표로 정한 한국으로선 독일과 슬로베니아는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였다. 특히 첫 상대 독일은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강팀. 한국은 최근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러나 한국은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써내며 두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첫 승의 비결은 변화무쌍한 전술전략에 있었다. 시그넬 감독은 철저한 분석에 따른 맞춤형 전술전략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체격조건이 뛰어나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독일의 단점을 파고든 것.

특히 눈에 띈 것은 ‘엠프티 골’ 전술이었다. 엠프티 골은 공격 시 골키퍼를 빼고 코트에 선수를 1명 더 투입해 수적 우위를 점하는 작전이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독일에 연달아 실점하면서 14-18로 끌려갔다. 이때 시그넬 감독은 엠프티 골 작전을 들고 나와 동점을 만들었다. 이날 6골을 몰아친 강경민(SK)은 경기를 마친 뒤 당시를 떠올리며 “더 벌어지면 힘들 것 같았는데 감독님의 작전 변경이 주효했다”면서 “오늘 이 순간은 금메달을 딴 순간만큼 잊지 못할 장면이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여기에 한국은 지치지 않는 체력도 돋보였다. 한국은 한 발 더 뛰는 전략으로 상대를 에워쌌다. 공격 때는 불도저가 밀듯이 상대와의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선수 자원이 적기 때문에 주전과 교체 요원의 기량 차이가 있었지만, 새롭게 투입된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뛰었다. 교체 요원들은 적극 공세를 펼치던 독일에 제동을 걸었고 한때 수세로 몰리던 한국은 다시 공세로 전환할 수 있었다. 시그넬 감독은 “이 경기가 내가 한국 팀을 맡은 뒤 최고의 경기였는지는 아직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좋았던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오는 28일 오후 6시 같은 곳에서 슬로베니아와 2차전을 치른다. 류은희(헝가리 교리)는 “슬로베니아와 경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승리에 젖어있지 않고 다시 준비해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