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전남 순천 낙안초등학교는 지난달 24일 모내기 체험행사를 가졌다. 이 학교에는 농산어촌유학을 온 학생 3명이 재학 중이다. 낙안초 제공

■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 (3) ‘생활인구 늘리기’ 안간힘

체류 인원까지 포함한 생활인구
지역위기 극복 위한 새로운 개념

지역마다 특색에 맞춘 정책 발굴
액티비티·치유프로그램 등 마련

강원 7개 시·군 ‘워케이션’ 운영
전남, 서울과 손 잡고 ‘농촌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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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김창희·춘천=이성현·광주=김대우 기자

‘우리 지역에 머물다 가는 생활인구를 늘려라.’

전국 89개 인구감소 기초자치단체 중 한 곳인 충남 보령시의 지난해 6월 기준 생활인구는 등록인구(9만9600명)의 5.3배에 달하는 52만8000명에 달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 7개 인구감소 지역의 생활인구를 시범 조사한 결과다. 비록 정주 인구는 많지 않지만,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외지인 체류자가 많으면 지역의 활력이 커질 수 있다. 충남도는 2021년 165만 명이던 9개 인구감소 지역 생활인구를 2026년 2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으로 생활인구 늘리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생활인구란 등록인구(주민등록인구+외국인등록인구)에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를 더한 개념이다. 국가적 위기인 총인구 감소와 지역 간 인구유치 경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인구개념의 도입과 정책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 1월 시행된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자체들은 지역의 생활인구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 사업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강원 양양군 해변에 마련된 워케이션센터 ‘웨이브웍스양양’에서 방문객이 해변을 바라보며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 웨이브웍스양양 제공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강원 춘천시 스포츠타운길의 춘천베어스호텔은 의암호와 마주하고 있는, 그림 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에 본사를 둔 복합물류기업인 세중해운 직원 35명이 2박 3일간 이곳에서 머물며 업무와 휴식, 여가활동을 병행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회사 워케이션 담당 한지수(27) 프로는 “지난해 처음 춘천에서 워케이션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도 다시 찾았다”며 “자연 속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일이 아니라 여행을 온 것 같았고 저녁에는 동료들과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어울리다 보니 친해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춘천시는 이곳을 비롯해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하는 7개 숙소를 거점으로 워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2박 3일 기준 1인 최대 11만 원까지 숙박비와 체험비를 제공한다.

강원도에서는 춘천 외에도 강릉, 태백, 동해, 속초, 영월, 양양 등 7개 시군이 강원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은 10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모집해 큰 인기를 얻었다. 도내 시군과 기업 간 워케이션 상담회에는 240여 개 기업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강원관광재단 최성현 대표이사는 “기업과 참가자들이 강원도에 머무르면서 편안하게 업무에 집중하고, 휴식할 때는 강원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워케이션을 통한 체류 관광 활성화와 생활인구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충남 태안군 워케이션 참가자들이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충남도 제공

충남도 역시 여행자보험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내세우며 ‘워케이션 충남’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령(해양치유)·태안(오션액티비티)·부여(역사문화) 등 지역별 테마에 맞춰 다양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준비해 호응을 얻고 있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리조트에서 오션뷰와 함께 집라인, 서핑 등을 즐기거나 백제의 고즈넉함이 살아 숨 쉬는 궁남지 옆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농촌 유학도 작은 학교 살리기와 지역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생활인구 늘리기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부터 추진 중인 전남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은 서울 초·중학생들이 전남 시골학교로 전학을 가 6개월(한 학기) 이상 유학생활을 하며 현지 학생들과 생태·환경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유학생들에게는 월평균 80여만 원의 체재비가 지원된다.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2021학년도 247명, 2022학년도 607명, 2023학년도 534명 등 지금까지 1600명이 넘는 학생이 전남으로 유학을 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용역 결과, 농산어촌유학이 생활인구(관계인구 포함) 관점에서 지역 활성화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은퇴자 등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삶과 일자리, 문화가 결합된 천년 건축 시범 마을을 조성한다. 포항 등 8개 시군에 들어서는 이 마을은 50∼100가구 규모로 생산 공동체형, 복합 은퇴촌, 산업 연계형 등 여러 유형으로 만들 계획이다. 전북 남원시는 전국 최초로 생활인구 10만 명 유치를 위한 ‘생활인구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해외의 정책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은 지역과 관계가 있는 지역연고자·방문자 등을 ‘관계 인구’로 정의해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은 2개 주소지에 각각 지방세를 내는 대신, 세액공제·임대료·교통비 지원 등 혜택을 부여하는 ‘복수주소제’를 시행 중이다.

고효열 충남도 균형발전국장은 “9개 도내 인구감소지역별로 특색을 살린 관광사업 개발·교통망 구축·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2026년 200만 명 생활인구를 달성해 지역경제 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