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 해운대구 영화진흥위원회 앞 거리.

■ 지역소멸 극복 현장을 가다

주민지원 예산은 현저히 줄어

부산=이승륜·대구=박천학·울산=곽시열·충남=김창희 기자

정부 공공기관이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을 시작한 지 20여 년이 됐지만 지역 기여도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급증했던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이 점차 떨어지는가 하면, 주민 지원 예산이나 지역 생산 물품 구매 규모도 현저히 줄었다.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은 2020년 각각 22.2%, 26.1%에서 2021년 53.3%, 46.4%로 급증했다가 2022년 각각 41.7%, 2023년 40.0%, 29.2%로 감소 추세다. 해당 기관은 “분야별로 1명씩 뽑는 데다가 석사 이상만 필요할 때가 많아서 지역 출신을 뽑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관련 특별법에 따라 지역 이전 공공 기관은 이전지 출신자를 일정 비율 채용해야 하지만, 연간 채용 인원이 5명 이하이거나 석사 이상 연구직을 뽑을 때는 예외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의 해양·수산 특화 대학들은 “이전 기관이 연구직 채용 때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해마다 지역에서 많은 인재가 배출되는 상황을 도외시한 조처”라고 비판한다. 이에 부산시는 2026년 동삼혁신도시에 ‘스템(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빌리지(해양과학기술 산학연 협력센터)’를 개원하고 KMI, KIOST, 해양대 등과 ‘앵커 기업’을 유치해 지역 인재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부산 내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지난해 각각 80%, 100%, 50%로 다른 지역 이전 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매년 채용 정원이 4∼8명 정도여서 지역대 졸업생에게는 좁은 문일 수밖에 없다. 강내영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졸업자 상당수가 일거리를 찾아 서울로 간다. 지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가 조금이나마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부산 외의 혁신도시 상황도 여의치 않다. 대구 내 12개 이전 공공기관의 주민 지원 예산은 2021년 80억 원, 2022년 40억 원, 2023년 38억 원으로 매년 줄었다. 이전 기관의 지역 재화·서비스 우선 구매를 촉진하는 법 규정도 있으나 울산 이전 기관의 지역 물품·농산물 구매 비율은 각각 전체 관련 실적의 17.4%, 21.1%에 불과했다. 근로복지공단,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본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등 3개 기관은 아예 지역 물품 구매가 없었다. 이에 충남도는 지역에 이전 기관 우선 선택권을 줘 정책 효과를 높이자고 주장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포신도시의 ‘무늬만 혁신도시’ 상태가 5년째다.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