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개원은 하지만… 제22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국회 본청 외관에 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22대 국회도 ‘거야 독주’ - (1) 거꾸로 가는 국회선진화법

6명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
4명 이상 찬성 땐 의결 악용해
공수처법 등 줄줄이 단독 의결
‘최장 90일 숙려’ 도 무색해져

법사위 계류기간 60일로 줄여
본회의 직회부로 밀어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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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일환으로 도입된 안건조정위원회, 본회의 직회부가 거대 정당의 독주 수단으로 전락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유명무실화하면서 제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4·10 총선에서 171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과 연대해 ‘합법적’으로 당정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을 대거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19건에 불과했던 각 상임위원회의 안건조정위 요구 건수는 21대 국회 들어 37건으로 치솟았다. 위원 선임 없이 활동을 종료한 경우를 제외하고 실제로 운영된 위원회 건수 역시 20대 국회는 9건에 그쳤으나 21대 국회에서는 24건으로 폭증했다. 국회법 제57조의2에 따라 소수당 보호를 위해 이견이 있는 법안을 최장 90일간 숙의할 수 있도록 규정한 안건조정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소속 의원이 가장 많은 다수당에서 3명, 나머지 정당 및 비교섭단체 등에서 3명을 위원으로 선임해 4명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문제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자당에 우호적인 정당 출신 의원을 끌어들여 안건조정위를 여당 반대에도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여당이던 2020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낮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개정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수완박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취업 후 학자금 상환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안건조정위에서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는 꼼수를 썼고, 양곡관리법은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협조로 통과시켰다.

거야의 일방 독주에 ‘최장 90일’이라는 숙려 기간 역시 무색해졌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22차례의 안건조정위가 구성된 지 3일 만에 법안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입법 독주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인 ‘국회선진화법’의 명칭을 ‘국회퇴행법’으로 바꿔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본회의 직회부와 관련한 국회법 제86조 3항은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률안이 회부된 이후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남용해 입법을 지연하는 부작용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 역시 민주당의 일방 독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1년 원 구성 협상 당시 법사위원장을 여당에 내주는 대신 법사위 계류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한 민주당은 전날 오후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세월호참사피해구제지원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예우법·농어업회의소법·지속가능한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을 모두 본회의 직회부를 통해 밀어붙였다.

법안 처리 전 소수당의 반론 기회 보장을 위해 도입된 필리버스터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법 처리 당시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會期)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회기가 열리면 해당 안건에 대해 지체 없이 표결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악용해 하루짜리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회기 쪼개기’ 수법으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