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일·중 정상 만난 날, 위성 쏜 북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기시다 후미오(왼쪽 사진 앞줄 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 리창(〃 네 번째) 중국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밤 우리 군 경비함정의 감시장비에 포착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 발사 2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하는 모습. 연합뉴스

■ 北정찰위성 ‘실패 속 성과’

기존‘천리마-1형’에 훨씬 앞서
‘극저온 추진체’로 기술 고도화

러에 미사일 대거 공급했던 北
위성·로켓 시스템 공급 받은듯

북한이 27일 심야에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2호는 운반체인 1단 로켓이 발사하자마자 2분 만에 공중폭발했지만 기존의 백두산 엔진 계열 천리마-1형과는 전혀 다른, 성능이 뛰어난 러시아제 안가라(Angara) 로켓인 RD-191 1단 로켓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군 당국은 최근 러시아에 미사일·포탄 등을 대거 공급한 북한이 그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운반로켓과 군사정찰위성 등 기술을 도입하는 등 북·러 군사협력이 급진전되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체 발사가 실패한 지 1시간 30분 만인 28일 0시 30분 새로운 엔진을 개발·적용한 탓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이 언급한 신형 위성 운반 1단 로켓이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케로신)발동기(엔진)라고 밝혔는데, 이는 안가라 로켓 RD-191을 일컫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액체산소-케로신 연료는 러시아가 최강국으로, 우리의 나로호와 누리호도 러시아와 기술협력으로 채택한 바 있고 미국조차도 도입한 적이 있다”며 “북한이 언제부터 이 연료체계를 개발해 왔는지 잘 모르겠으나, 충분한 연소시험과 단 구성 시험 없이, 바로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끊임없이 질문한 바로 그 안가라 로켓이다. 이 위원은 “러시아가 화끈하게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 위원은 “북한이 1단 로켓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안가라 로켓인 RD-191 1단 로켓은 미국 액체수소 엔진을 제외하면 가장 앞선 것으로 우리 나로호도 안가라 로켓(RD-151)을 1단 로켓으로 직도입해 1단 로켓 비행 중 폭발 등 2번의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누리호를 발사하는 나로 발사장 지하에는 액체산화제의 극저온 온도 영하 183도를 유지하며 기립된 발사체에 액체 산화제를 유지하고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단기간에 안가라 로켓 시스템을 북한에 바로 공급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는 2000년대 이들 시설 및 장비를 구축하는 데 약 900억 원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고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쏜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 ‘천리마-1형’에 적용된 기존 ‘백두산 엔진’ 개량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개발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두산 엔진을 새로운 추진제 조합에 맞도록 수정·변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의구심을 제거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