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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격의없이 형님이라 불러줬던… 정 많은 올림픽 레슬링 황제

  • 입력 2024-05-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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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중국 청명상하원(淸明上河園)에 함께 갔을 때, 필자는 김원기 선수에게 황제 옷을 입혀주고 사진을 찍도록 권유했다. 그는 쑥스러워하며 응했으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답게 황제 옷에 사뭇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 그립습니다 - 고 김원기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1962∼2017)

그는 나를 처음 보자마자 냉큼 형님이라 불렀다. 어떻게 나이를 알았는지 모르지만 형님이라는 말에 정겨운 감정이 물씬 풍겼다. 오히려 내가 금메달리스트를 만나는 기대에 설레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완전 무장 해제된 상태로 대화는 살아가는 이야기로 방향이 확 틀어지고 말았다. 사실 어떤 영역이든 세계 최고를 만나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가급적 많이 만나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희망했지만 그리 간단하게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희망사항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다. 비록 같은 크리스천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개인적인 형제 관계로 끈이 단단히 이어져갔다.

그는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함평농고에서 레슬링에 입문하여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당시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은 최고의 영웅이자 전 국민이 열광하는 그야말로 모두의 우상에 등극하는 것이다.

어느 날 국회의사당 안에서 진행되는 특별 경영자과정 프로그램에 함께 초대되었다. 경영자과정이라는 것이 저명인사들의 강의를 듣고 함께 모여 식사도 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인데 동참할 것을 제안받으니 그런 특별한 기회를 뿌리치기에는 너무나 달콤했다.

원래 프로그램 자체가 중국과 연관되어 있어서 수업 중에는 중국어도 배우고 과정 중의 끝자락은 중국을 직접 방문해서 사진과 영상으로 보고 말로만 듣던 용선(龍船)대회에 참가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내 인생에 중국에서 용선을 타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도 선수로서 말이다. 불행히도 그때는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용선의 노 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허리 통증을 감내하면서 연습에 연습을 거쳐 대회 출전까지 했다. 사실 연습이라는 것이 대회 당일 한두 번 배를 타보는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입상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외국에서 왔으니 참가상이라며 후한 선물까지 주어 그날은 신나는 파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용선대회를 마치고 중국 카이펑(開封)시의 유명한 관광지인 청명상하원(淸明上河園)에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는 함께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황제 옷을 입고 사진 찍는 곳에 이르자 냉큼 황제가 되기로 했다. 그가 쑥스러운 듯이 망설이는 것을 억지로 끌어당겨 황제 옷을 입혀주고는 사진을 찍게 했다. 사실 LA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니 황제로서의 어울림이 제법 걸맞은 것 같다. 그럴듯하게 멋진 황제로 거듭난 것이다. 온화한 모습의 수줍어하던 황제가 더없이 그리워진다. 즉석 사진으로 인화된 사진을 보고 신나게 춤추며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더욱 정감은 깊어만 갔고 그가 진행하는 사회봉사활동까지 함께하기 위해 스케줄을 맞추기도 했다. 그는 사회의 낮은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격의 없이 살갑게 지내며 그들의 차가운 손을 어루만져 따뜻하게 데워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과의 인연은 오래 끈을 이어주지 않는 모양이다. 그가 어느 날 산행 중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어처구니없게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말이다.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는데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며 조문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짧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많은 사람에게 깊은 정(情)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문객 중에는 역시 그가 형님이라 부르며 친근하게 지냈던 후에 국무총리가 되신 분도 있었으니 말이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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