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 수사할지도 주목
이종섭측 “격노, 접한 적 없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 관련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에게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24일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최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녹취 파일을 확인한 후 해병대 고위 간부 A 씨를 불러 조사했다. 조사에서 A 씨는 “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같은 증거들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격노는 이번 사건 진상 규명의 주요 열쇠다. 채 상병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포함해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군 수사 결과를 지난해 7월 31일 국가안보실로부터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화를 내면서 이 전 장관이 이미 결재한 수사기록 이첩을 보류하고 회수에 나섰다는 것이 박 전 단장 측의 주장이다. 이후 8월 2일에는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내역도 공수처가 확보했다.

공수처는 두 차례 조사에서 격노설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김 사령관을 한 번 더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2차 조사에서 박 전 단장과의 대질 조사를 거부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이 지난해 7월 31일 통화한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도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 전 비서관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에 낸 3차 의견서를 통해 “일각에서는 지난해 7월 31일 격노한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사단장을 빼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피고발인(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포함한 누구로부터도 그러한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며 “이것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