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통… 작년 대위변제 13조

고금리·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과 소상공인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의 ‘대위변제’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는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할 때 보증을 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금융사를 대신해 빚을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증사업을 수행하는 13개 금융 공공기관·공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보증기관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은 총 13조44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5조8297억 원) 대비 130.6% 증가한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지난해 대위변제액이 4조9229억 원으로, 1년 전(1조581억 원)보다 365.3%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전세 사기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같은 기간 신용보증기금 대위변제액도 67.4% 늘어난 2조2759억 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손실 규모는 커졌지만 정책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큰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