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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월 흘렀지만… 사랑·섬김의 가르침 결코 잊을 수 없어

  • 입력 2024-05-16 08:57
  • 수정 2024-05-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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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나는 미국 워싱턴이나 뉴욕에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필라델피아 묘지에 누워 계신 박종삼 목사님을 찾아뵙곤 한다.



■ 그립습니다 - 스승 박종삼 목사(전 광주신학교장·1913~1987) <하>

세월이 흘러, 목사가 되고 맨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박종삼 목사님을 찾아뵈려고 필라델피아를 찾았다. 하지만 목사님은 이미 필라델피아 어느 묘지에 누워계셨다. 하얀 백합 꽃다발을 들고 가서 차가운 묘지 땅바닥에 엎드려 울고 또 울었다. 또다시 세월이 흘러 고 박 목사님의 사모님 역시 연로하여 요양원에 머물게 되었다. 나는 뉴욕이나 워싱턴을 갈 때면 3시간 반, 4시간 차를 타고 가서 인사를 드리고자 찾아뵈었다. 그러면 사모님께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목사님께서 살아생전에 수많은 신학생과 목사님들을 도와주었지만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분은 소 목사님밖에 없네요. 너무 고마워요. 소 목사님이 이렇게 큰 목사님이 되신 것을 보면 우리 박종삼 목사님도 천국에서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

세월이 흘러 박 목사님의 사모님도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다. 그래도 나는 워싱턴이나 뉴욕에 가면 꼭 백합꽃 송이를 들고 목사님과 사모님의 묘지를 찾아갔다. 훗날 박 목사님의 장녀인 박은희 권사님이 나를 찾아왔다. “제가 죽기 전에 아버님의 저서 ‘영양록’을 다시 출판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을 쳤다. “아, 나는 왜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문장도 고어들이 많고 박 목사님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해서 책 출판을 생각도 못했는데. 아, 역시 혈육이 더 중요하나 보구나….”

‘영양록’은 박 목사님의 요약 설교 500편을 담은 대표 저서이다. 나는 곧바로 박 권사님께 이야기를 했다. “제가 책임지고 목사님의 책을 꼭 출판하겠습니다.” 그러자 박 권사님은 “내가 괜히 소 목사님께 폐가 될 것 같다”고 하면서 출판비의 일부를 내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이디어는 권사님이 내셨지만 제가 목사님께 은혜받은 제자인데, 제가 모든 걸 부담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모든 경비를 내 영양록을 재출간하였다.

나는 영양록의 맨 앞장에 헌정사를 썼다. 그리고 책을 출간한 이후에 전남, 전북지역의 교단 목사와 교단의 총대,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5000권이 넘는 책을 발송하였다.

또한 내가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장이 되었을 때, 믿음의 아버지요,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은인인 박 목사님께 총회훈장을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총회상훈위원회를 통하여 박 목사님의 삶과 신앙을 연구하게 하고 공적 조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그리고 새에덴교회에서 열린 제58회 목장기도회 때 박 목사님께 총회 교육훈장을 수여하였다. 총회훈장은 박 목사님의 따님이신 박은진 사모님(장성철 목사 부인)이 미국에서 방한하여 받았다. 박 사모님께서는 스승인 박 목사님을 잊지 않고 끝까지 보은하는 지극한 사랑에 감동하여 나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아… 목사님같이 따뜻하신 분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아무리 아버지께서 사랑하셨다 해도 이토록 자녀인 저희까지 사랑해주시는 분은 세상에 없으실 겁니다. 목사님이 얼마나 마음이 순수하시며 영혼 한 사람 한 사람까지 사랑하시는 분이신지….”

나 역시 이런 답문을 보냈다. “사모님, 제가 박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도 박 목사님의 사랑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입니다.”

박 목사님이 보여준 사랑과 섬김은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제자인 나의 가슴 속에 푸른 장강이 되어 흐르고 있다. 나는 지금도 가난하고 외로운 신학생 시절, 국물만 가득했던 국그릇에 쇠고기 건더기를 떠주시던 박 목사님의 따뜻한 사랑을 잊을 수 없다. 목사님과 나의 애틋한 사제의 사랑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랑과 섬김의 이야기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고 박 목사님을 그리워하며 쓴 ‘무덤까지 그리운 사부’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로 글을 맺는다. “저의 영원한 사부 박종삼 목사님 / 이제는 당신을 뵈올 수 없어 / 무덤이라도 그리워합니다 / 당신의 사랑처럼 따스한 / 봄이 오고 있는 무덤 /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 새 생명 움트는 당신의 무덤을.”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전 한교총 대표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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