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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살리고 떠난 사람들

“새 생명 준 엄마 이어… 세딸·손자도 기증 약속”

김린아 기자
김린아 기자
  • 입력 2024-05-10 11:42
  • 수정 2024-05-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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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각막과 시신을 기증한 고 박은주(왼쪽 세번째) 씨의 가족은 2006년 교회 생명나눔 예배를 통해 어머니·세 딸·손자 3대에 걸쳐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 살리고 떠난 사람들 - 고 박은주 씨 가족

각막 주고 연구용 시신 기증
둘째딸 “장기기증은 사랑실천”
이웃들에 절차·경험 등 알려
손자 “할머니 나눔이 큰 영향”


“엄마 시신에 대한 의학 연구가 끝난 뒤 유골을 받았을 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숭고함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간 엄마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요.”

김희정(59) 씨는 지난 2022년 11월 8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고 박은주 씨를 ‘살아생전 강조하던 나눔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박 씨는 생을 마감하며 시각장애인 2명에게 각막을, 경희대 의대에는 시신을 기증하는 숭고한 나눔을 실천했다. 그 덕에 귀한 연구를 실행할 수 있었던 경희대는 고인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학교 납골당의 가장 좋은 자리에 고인을 안치했다.

박 씨는 교회의 생명나눔 예배를 통해 2006년 세 딸, 손자와 함께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약속했었다. 봉사를 중요하게 여긴 박 씨 덕에 3대가 함께 아름다운 실천을 약속했다. 당시 7세이던 손자 박민서(24) 씨는 최연소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됐다. 어느새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해 군 복무 중인 민서 씨는 “할머니께서 살아생전 이타적인 삶을 사셨고, 자연스레 할머니께 선한 영향을 많이 받아 어린 나이임에도 장기 기증을 희망했다”며 “할머니께서 다시 한 번 아름다운 나눔으로 저에게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 씨의 둘째 딸 김 씨는 그보다 앞선 1999년에 먼저 각막 기증을 약속했고, 2006년에는 시신 기증을 추가로 약속했다. 김 씨는 “처음에 시신은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교회에서 계속해서 나눔의 가치를 얘기하며 선뜻 등록할 수 있었다”며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일을 할 수 있다니 기뻤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엄마를 보낸 뒤 지난해 2월부터 교회 봉안당에서 장기기증자 유족으로서 직접 겪은 절차와 경험을 설명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장기 기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기증 절차를 몰라 망설이고 있단 걸 알게 됐다. 김 씨는 “장기 기증은 기증자 본인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일”이라며 “장기 기증 희망자에게도, 가족들에게도 어떻게 기증에 대비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노력 덕에 김 씨가 다니고 있는 사랑의교회는 교인 중 1만3096명이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참여해 단일기관으로는 국내 최다 등록을 기록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너무 애통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작으로 느껴진다”며 “앞으로도 엄마의 뜻을 따라 주변인들에게 계속 장기 기증에 대해 알리고 나 또한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에게 빛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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