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진료시간 줄인 동네의원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 근무조정에 들어간 대학병원 교수에 이어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단축 근무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동네의원에 진료를 축소하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백동현 기자

■ 동네병원·대학병원 단축진료

동네병원 동참 여부 자율결정
일부는 평일 하루 휴진하기도
의대교수들은 주 52시간 돌입

환자들 “불안감 넘어 무력감”

1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주 52시간 근무’ 등 외래 진료 축소와 함께 개원의들마저 ‘주 40시간 진료제’에 동참하기로 했지만 첫날 일반 병·의원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개원의들 사이에서 참여를 고민하고 있어 대학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뿐 아니라 잔병치레를 하는 일반 환자까지 개인 병원에서 진료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화일보가 이날 오전 단축근무 여부를 문의한 전국소재 병·의원 17곳 중 16곳이 정상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단축 근무 참여 의사를 밝힌 강원도 소재 이비인후과도 구체적인 계획은 미정이었다. 해당 병원 원장은 “주 40시간에 맞춰서 진료를 줄일 계획”이라면서도 “대한의사협회 등에서 권고사항 준수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보니 주변 개원의들의 참여율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단축 근무 소식으로 인해 이날 찾은 대학 병원과 개인 병원에선 환자들의 불안이 확산하고 있었다. 오전 성북구 소재 한 소아과 의원에서 만난 5세 아이의 보호자 유모(35) 씨는 “오늘도 30분 일찍 ‘소아과 오픈런’을 해서 간신히 진료를 볼 수 있었다”며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소재의 이비인후과를 찾은 이모(27) 씨도 “대학 병원 파업까지만 해도 남일로 여겼는데, 동네 의원까지 파업 가능성이 있다니 이제는 (의료 사직 사태의) 피로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사태가 날로 악화되기만 하니 환자들은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진 상태”라면서 “환자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의료계든 정부든 한발씩은 양보해야 하는 시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공의 사직 이후 환자들이 더욱 몰리는 상황에서 근무 시간을 축소하라는 지침이 나오면서 병원에 남은 의료진 사이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외래든 수술이든 진료를 줄여나간 후에야 ‘주간 오프(휴식)’ 지침을 따를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서 “평시 기준 진료 등을 4분의 1 수준까진 줄여야 주 40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환자들이 몰리는 구조에선 지침을 따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병원의 신경외과 교수도 “위급한 수술이 비교적 적은 과는 몰라도 응급환자가 많은 특정 과들은 진료를 그만두라는 소리는 사실상 환자를 버리라는 메시지”라고 우려했다.

현재 대다수 대형병원은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경증 환자들을 1차 병원 등으로 전원시키면서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부로 근무 시간을 단축하기로 결의하고, 외래 진료와 수술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방재승 전의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 날 주간 근무를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데 동의했다”며 “중증 및 응급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개원의들도 야간·휴일 등 진료를 단축하면서 ‘주 40시간 진료’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교수진 진료시간 단축과 이탈 현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비상진료대책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되며, 중증·응급환자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비상진료체계를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선 현행 비상진료체계 내에서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시니어 의사를 신규 채용하거나 퇴직 예정인 의사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인력 풀을 운영하고, 개원의가 원하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진료지원 간호사 약 5000명이 활동 중인데 필요 시 추가 확보도 지원한다. 중증 암 환자 수술과 치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암 환자 전담 상담창구를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마련하고, 국립암센터에 암 전문 상담센터를 운영해 진료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전수한·노지운·김린아·권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