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검찰단 3년간 이수자 조사

부정이수 의심 60여 명 수사 중
수사 끝난 10명 내외 진급 취소
필수 교육 지정 후에도 성범죄↑
국방부 ‘근절 대책·교육’ 무색

군부대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해마다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성인지 교육’을 부정 이수한 해군 영관급 장교와 부사관이 무더기 적발됐다. 이들 중에는 부정 이수가 확인돼 진급이 취소된 간부도 여러 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지 교육 부정 이수는 육군이나 공군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이 커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군부대에서는 각종 성폭력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성인지 교육을 받은 것처럼 조작해 인식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해군본부에 따르면 해군 검찰단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성인지 교육 이수자를 조사해 부정 이수자로 의심되는 60여 명을 수사 중이다. 해군 안팎에서 부정 이수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해군은 전수조사를 통해 100여 건의 부정 사례를 확인했고 중복 이수자를 가려낸 뒤 60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들 중 수사가 완료된 10명 내외는 진급이 취소됐다. 수사대상자는 영관급과 부사관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지 교육은 국방부가 부대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2016년에 도입했다. 장교와 부사관 등 군 간부들은 진급 등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강사) 교육을 1년에 각 1번씩 필수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적발된 영관급 장교와 부사관들은 성인지 교육을 받은 것처럼 담당자에게 부탁해 허위로 기록하는 방법 등으로 부정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해군본부 관계자는 “성인지 교육 부정 이수자를 식별해 전수조사를 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안을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수사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성범죄는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공군 중사가 2021년 사망한 뒤 이듬해에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군 성범죄 징계 현황’에 따르면 군 성범죄는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4233건 발생했다. 연도별 군 성범죄는 2020년 1247건,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2021년 1181건이었는데 2022년에는 오히려 1205건으로 늘었다. 가해자는 병사가 2704명(64%)으로 가장 많았으나 부사관 852명(20%), 군무원 262명(6%), 위관급 206명(5%), 영관급 168명(4%), 준사관 40명(1%), 장성급도 1명 있었다. 결국 국방부가 군부대 성폭력 근절을 위해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실제로는 성인지 교육 이수 등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