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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재벌집 딸과 눈칫밥 사위… 뒤집힌 관계, 클리셰를 비틀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입력 2024-03-12 09:05
  • 수정 2024-03-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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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주인공 홍해인(왼쪽)은 재벌 2세고, 그 남편인 백현우는 평범한 집안 출신이다. 결혼 후 두 사람의 역학관계는 다리를 꼰 채 소파에 기댄 홍해인과 허리를 곧게 세우고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백현우의 자세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tvN 제공



■ 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드라마 ‘눈물의 여왕’ 김수현·김지원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남자
처가살이에 지쳐 이혼 결심
아내 ‘3개월 시한부’ 밝히자
‘안전한 이별’ 위한 작전 돌입

학벌좋은 사위들, 집안일 투입
가부장 사회, 유쾌하게 꼬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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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서울대 나왔어요. 그것도 법대. 우리 집, 소가 30마리가 넘어요. 지금 사는 오피스텔도 월세 아니고 전세.”

그 남자는 인턴 업무조차 엉망인 그 여자에게 호기롭게 말했다. 평소 맞벌이를 선호했지만 그 여자와 함께라면 외벌이도 괜찮다고 마음먹었다. 여기에 잘 생긴 외모까지 갖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그 남자는 퀸즈그룹의 법무이사 백현우(김수현 분)다.

그 여자는 비 오는 날 그 남자가 건네는 우산을 마다한다. “난 괜찮다”며 우산을 쥐여주고 뛰어가는 그 남자를 보며 그 여자는 되뇐다. “나는 운전기사가 있는데….” 인턴을 ‘경험’한 그 여자는 퀸즈그룹의 2세이자 퀸즈백화점의 사장 홍해인(김지원 분)이다.

둘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눈물의 여왕’은 ‘사랑의 불시착’ ‘별에서 온 그대’로 유명한 박지은 작가의 신작이다. ‘아는 맛’을 또 찾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2회 만에 전국 시청률 8.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3개월이 남은 ‘그 여자’ vs 3개월을 참아야 하는 ‘그 남자’

결국 백현우의 순수함에 반한 홍해인은 결혼한다. 남녀가 뒤바뀐 역(逆) 신데렐라 스토리에 대중은 열광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다. 기세등등한 재벌가 처가살이에 녹초가 된 백현우는 말한다. “사랑해서 결혼하는데 결혼하면 왜 사랑을 안 하지?” 이 집안에서 백현우는 법무팀을 맡길 괜찮은 액세서리 정도다. 결국 백현우는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재벌가와 결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재벌가와 이혼하는 일이다. “나한테 등 보인 놈들한테는 칼을 꽂는다”는 장인의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백현우의 이혼은 본가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작은 시골 동네에서 이혼은 큰 흠이었고, 재벌 사위가 된 동생 덕을 톡톡히 보던 형과 누나는 온갖 이유를 대며 이혼을 만류한다. 누구나 부러워하던 세기의 결혼이었지만, 재벌가 사위로 ‘살기’는 ‘되기’보다 어렵다.

홍해인에게도 가족이라는 테두리는 안락하지 않다. 총수인 할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 무한 경쟁하고, 엄마는 사사건건 아들인 동생만 감싸고 돈다. 남편을 챙길 여력도 없는 홍해인이지만 남편을 함부로 대하는 남동생에게 “백현우가 네 친구야? 한 번만 더 내 남편한테 나대라, 뒤진다!”라고 경고한다. 미약하게나마 남은 두 사람 사이 애정의 불씨다.

그러다 변수가 생겼다. 고민 끝에 이혼 서류를 건네려 결심한 백현우에게 홍해인은 말한다. “나 죽는대. 석 달 정도 남았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은 그 여자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백현우는 급히 태세 전환한다. 이 집안에서 안전하게 걸어나갈 길이 열렸다. 이별이 아니라 사별이다. “그동안 미안했다”며 다시금 사랑을 고백한다. “그렇게 나 없이 못 살겠으면 같이 죽을래?”라며 순장을 언급하는 아내가 섬뜩하지만, 백현우는 3개월만 버티기로 한다. 냉랭하던 남편의 변화가 수상하지만 홍해인도 그 모습이 싫지는 않다.

◇박지은 작가의 발칙한 관계 전복

‘눈물의 여왕’의 틀은 앞선 박 작가의 작품들과 유사하다. 어김없이 재벌이 등장하고,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여주인공이 난관에 봉착한다. 그리고 남주인공이 그를 도우며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사랑의 불시착’과 ‘별에서 온 그대’ 속 남녀 주인공이 수평 관계였던 반면, ‘눈물의 여왕’에선 수직이다. ‘재벌가 사위’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희소하다. 뻔한 ‘재벌가 며느리’ 스토리에서 벗어나면서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왕가에서는 남자 손으로 제사를 준비했다”며 학벌과 집안 좋은 사위들을 주방에 몰아넣는다. “홍 씨 조상 제사를 김 씨, 유 씨, 조 씨가 준비한다”면서도 하버드에서 화학을 전공한 사위가 전의 굽기를 진단하고, 건축가 집안 사위가 고기완자를 황금 비율로 쌓는다. ‘재능 낭비’라고 아우성이면서도, 손에 담배 냄새가 밸까 봐 나무젓가락으로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다.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와 ‘프로듀사’에 이어 박 작가가 또다시 그를 선택한 이유를 온몸으로 웅변한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자 고향의 자랑인 그가 재벌가에서 주눅 들어 사는 모습을 귀여운 술주정으로 풀어내고, 아내의 시한부 판정 후 ‘좋은데 슬픈 척’하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펼친다.

이런 모습은 외계인(별에서 온 그대), 북한 고위 관료(사랑의 불시착)처럼 생득적 힘을 갖고 있던 과거 박 작가의 작품 속 남주인공과는 궤를 달리한다. ‘법률가’라는 후천적 힘을 얻은 백현우는 ‘을’에 가깝다. 하지만 엽총으로 멧돼지를 제압하고, 예고없이 파티에 등장해 여주인공을 외롭지 않게 하는 등 ‘잘 생긴, 백마 탄 남자’의 신화는 포기하지 않는다. 박 작가는 여전히 시청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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