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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교섭본부 과장급 5명

“통상현장은 사실상 준전시
정부·기업 원팀돼 위험관리
협상 완수하고 나면 희열감”

“Shall이냐 Will이냐로 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협정문에 들어갈 조동사 하나 갖고도 상대국과 치열하게 싸웁니다.”

미·중 갈등, 지정학적 위기,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76개국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선거로 올해 글로벌 통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180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지만 우리 경제의 무역 의존도를 고려할 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의 협상력은 국운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성 없는 무역전쟁 최전선에서 경제안보 수호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통상교섭본부 주요 과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8년 차 베테랑 통상 전문 변호사인 한주실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과장은 사법연수원 2년 차에 우연히 본 한·미 FTA 협상단 인터뷰에 매료돼 통상 관료의 길에 들어섰다.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 측을 집요하게 설득해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요구를 관철한 것, 아랍에미리트(UAE)에 우리 산후조리원 진출 발판을 만든 것,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에 K-식품의 온라인 판매 길을 뚫어준 것 모두 한 과장 작품이다. 변호사 특채로 함께 들어온 동기들이 그새 로펌 등으로 빠져나간 탓에 혼자 통상교섭본부를 지키고 있지만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영만 통상정책총괄과장은 중국협력과, 중국 베이징(北京)상무관보 등을 거친 ‘중국통’이다. 시간을 쪼개 중국 유학생에게 과외를 받아가며 중국어를 익혔고 수십 개 중국 도시를 직접 발로 뛰며 중국을 배웠다. 우리 기업에 대한 반덤핑 제소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 제소를 막는 데 성공했고 꽉 막혔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해 중국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김 과장은 “사실상 준전시 상황”이라며 “정부, 업계가 원팀이 돼 위험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다정 FTA 상품과장은 대학 시절 특강에서 ‘통상 관료는 우리 입장을 대변하는 전사’라는 얘기를 듣고 감명받아 통상직을 선택했다. 굵직한 협상을 두루 거친 박 과장은 지난해 중동 전통 의상을 입고 히잡을 쓴 채 GCC와의 FTA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굳어 있던 협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고 진전 없던 협상이 그제야 속도가 났다. 통상과 산업 분야 업무를 고루 경험해온 김수진 FTA 무역규범과장은 “합의된 조항 하나하나가 우리 기업과 나라 전체에 이익을 가져올 수도, 빼앗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과의 김보연 팀장은 “눈에 띄지 않는 업무가 많지만 지정학적 위험(리스크)이 큰 우리나라 국익을 보호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