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 오전 11시 30분쯤 경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서 배우 이선균(48)이 숨진 채 발견된 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노지운 기자

번개탄 흔적… 극단선택 추정
“유서형식 메모 쓰고 집 나서”
매니저가 신고… 警, 신원 확인

서울 강남 유흥업소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영화배우 이선균(48)이 27일 서울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마약 수사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던 점에 비춰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구체적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전 10시 31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SUV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가 타고 있던 차량 안에선 불에 탄 번개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0시 12분쯤 이 씨 매니저로부터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사실은 맞으나 사인을 수사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씨의 차량에 대한 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이 씨에 대한 부검 여부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 씨는 지난 9월부터 사망 전까지 마약 투약 혐의에 휩싸여왔다. 경찰은 서울 강남에 있는 유흥업소 관련 마약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흥업소 실장 A(여·29) 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씨의 마약 투약 혐의를 포착했다. 이 씨는 지난 10월 입건 후 차량 압수수색과 신체 압수수색 등을 당한 바 있다. 다만 간이 시약 검사와 모발·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 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마약 흡입 사실은 인정했지만, 수면제인 줄 알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A 씨가 진술한 이 씨의 5차례 투약 날짜 가운데 4차례 만남은 인정하면서도 “한 차례만 수면제를 했다”고 했다. 해당 수면제 복용과 관련해선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수면제로 알았다. 마약인 줄 몰랐다”며 반박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지난 23일에는 오전 10시부터 24일 새벽까지 19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씨는 26일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씨는 마약 수사 이후 사생활이 그대로 노출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출연한 영화들의 개봉도 미뤄지는 등 경제적 피해도 막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규태·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