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3월 말 미국 뉴욕에 있는 청소년 마약 재활시설인 ‘사마리탄 데이톱 빌리지’를 방문해 마약류 중독자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식약처 제공

■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23년 성과 결산

전국에 중독재활센터 늘리고
마약류통합관리 빅데이터 분석
오남용 의심사례 등 집중점검

업계의견 수렴 규제과제 발굴
식의약품 제품화 지원 등 추진
수입식품 전자심사로 정확도↑

올해 식의약 분야에서는 과학에 기반한 규제 혁신이 앞다퉈 이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응하면서 식의약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규제 혁신을 이끌어냈다. 규제과학에 기반한 식품·의약품 등 제품화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했고, 마약류와 담배 등 위해 요인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다. 사회적 문제가 된 마약류 관리 정책 방향도 바꿨다. 범정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면서 단속 위주였던 마약류 관리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방·재활까지 넓힌 것이다. 한국의 규제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식약처는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 식품규제 기관장 협의체(APFRAS)를 주도한 데 이어 10월 말 세계보건기구(WHO) 우수규제기관에 세계 최초로 등재되기도 했다. 식약처는 WLA(WHO Listed Authorities·WHO 우수 규제기관 목록) 등재를 계기로 국내 의약품 산업의 위상을 높이고, 규제 선도국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다졌다.

◇마약류 관리 범정부 컨트롤타워… 마약 재활에도 공들여 =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자 식약처는 올 2월 마약안전기획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등과의 글로벌 공조도 추진 중이다.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사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4월 민관이 협업하는 ‘마약류 오남용 감시단’을 발족했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오남용 의심 사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관계부처와 매달 셀프처방, 과다처방·투약 위반 의료기관을 합동 점검한 결과 수사 69건, 행정처분 34건을 의뢰했다.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조치 기준 성분도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는 식욕억제제와 프로포폴 등 5종이었지만 올해는 기존 5종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가 더해졌다. ADHD 치료제는 서울 학원가를 중심으로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면서 오남용되는 대표적인 약이다. 오남용 기준을 위반해 처방한 의사에게는 ‘사전알리미’를 통해 주의정보가 통보된다. 올해에만 의사 총 1만1795명이 주의정보를 받았다. 마약중독자의 사회 재활 기반도 마련했다. 마약류 재범률은 36%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3명 중 1명은 마약에 다시 손을 댄다는 얘기다. 단속만큼이나 재활이 중요한 이유다. 식약처는 6월 중독자의 사회복귀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전국 중독재활센터도 2곳에서 3곳으로 늘렸다. ‘24시간 상담센터’도 9월부터 가동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세계보건기구(WHO) 평가단이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시 식약처에서 현장실사를 하는 모습. 식약처 제공

올해는 담배 유해성 국가관리체계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최초 발의된 후 10년 만에 ‘담배유해성관리법’이 10월 제정된 것이다. 이 법안은 2013년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시작으로 12차례에 걸쳐 제·개정안 발의가 반복됐지만 관계부처와의 이견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담배 산업의 위축으로 인한 세수 감소, 금연정책과의 연계성 미흡 등 현실적인 한계점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입법추진협의체를 구성·운영해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 갈등요소를 해소했다. 이번 법안은 담배 유해성분 정보를 공개해 담배의 위해(危害)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끝장토론 통해 규제 혁신 과제 발굴 = 현장체감형 ‘규제혁신 2.0’도 첫발을 뗐다. 이는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대국민 끝장토론’ 등을 통해 현장 중심의 규제혁신 과제를 도출하자는 취지다. 식약처는 1∼4월까지 ‘혁신의 길, 현장에서 듣는다’는 슬로건 하에 식의약업계, 관련단체 등과 간담회, 현장방문, 끝장토론 등을 총 100회 이상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식약처는 5월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규제 과제를 발굴했다. 그 결과 △디지털 안전관리 혁신 △소비자·소상공인 편익 증진 △미래산업 지원 △글로벌 규제조화·지원 △불합리한 규제 정비 등 5개 분야 80개 개선과제를 추진했다.

규제과학에 기반한 식품·의약품 등 제품화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규제과학혁신을 정의하고, 혁신제품의 연구·개발(R&D)부터 제품화 지원 등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민관 협력 등을 위해 ‘식의약규제과학혁신법’을 개정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관리를 규제과학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수입식품 안전관리에서 디지털 혁신도 일궜다. ‘수입식품 전자심사24(Safe i 24)’를 본격 가동하면서 사람이 손으로 하던 서류 검사를 디지털로 자동심사해 신속성과 정확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올 초부터 심사 대상도 기존 식품첨가물과 농·축·수산물에서 가공식품, 건강기능식품으로 넓어졌다. 디지털 심사로 처리시간이 단축되면서 영업자는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검사관은 위해우려 식품을 집중 검사할 수 있게 됐다. 처리기간은 평균 1일에서 5분 이내로 줄었다. 물류비용은 연간 60억 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는 대표적인 행정 효율화 사례로 꼽힌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