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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기자
  • 입력 2023-11-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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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체육부 차장

‘떠나는 사람의 원수가 되진 말고, 은혜와 의리를 베풀어야 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한 구절이다. 흔히 헤어지는 게 더 힘들다고들 한다. 헤어질 때 잘못하면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는다. 특히, 헤어질 때의 잡음은 모두에게 오랫동안 커다란 고통을 안겨준다. 그래서 선인들은 아름다운 이별을 강조했다.

실력에 따라 만남과 이별이 수시로 일어나는 프로스포츠에선 이별의 예절은 무척 강조된다. 그런데 최근 한 프로야구 선수와 소속 구단의 ‘이별 방법’이 야구판을 뒤흔들었다. 지난 24일 SSG에서 ‘원클럽 맨’으로 활약했던 김강민이 한화로 이적했다. 김강민은 SSG의 상징과 같은 선수. 김강민은 2001년 SSG의 전신인 SK에 지명된 뒤 올해까지 23시즌 동안 구단에 헌신했다. 2007∼2008년, 2010년, 2018년, 지난해까지 5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8경기에서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의 주인공까지 됐다. 올해 백업 외야수로 뛴 김강민은 여전히 동물적인 수비 실력을 뽐냈고, 승부처에서 대타로 나와 타점도 많이 쌓았다.

1982년생인 김강민은 올해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고민했다. 이런 와중에 선수들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2차 드래프트가 개최됐고, SSG의 35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김강민은 한화의 선택을 받았다.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23년간 구단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에 대한 예우에 경악했다. SSG 구단은 새 감독을 선임하고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김강민을 보호선수 명단 안에 넣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사실 SSG 구단은 김강민과의 소통으로 현명하고 멋들어지게 헤어질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역대 2차 드래프트에선 상당수 구단이 보호선수 명단에 넣지 않은 베테랑 선수 이름 옆에 ‘은퇴 예정’ 등을 표시한다. 한화만 해도 2차 드래프트 직전 투수 정우람을 플레잉코치로 선임해 다른 구단의 지명을 막았다. 결과적으로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한 세월 동안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활약한 김강민은 구단의 안일한 대처로 한순간에 팀을 떠나야 했다.

앞서 김원형 SSG 감독도 경질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이끌었다. 계약 2년이나 남겨뒀음에도 구단은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를 경질했다. 프로는 냉정한 세계다. 그래서 김 감독의 경질을 두고 ‘옳다’ ‘그르다’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별의 예우가 문제였다. 감독 경질 통보는 보통 구단 대표이사가 전달하지만, 김 감독은 ‘단장’으로부터 일방적인 경질 통보를 받았다.

유능한 군주는 신하가 일이 생겨 떠나면 잘 인도해 보내고, 가는 곳에 미리 사람을 보내 떠나는 신하 칭찬을 해주고, 신하가 떠난 뒤 3년은 기다려준다고 했다. 구단은 마지막을 예고하는 레전드에게 예우를 다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하던 인재가 사용 연한이 지났다고 해서, 구단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로 내쳐버린 SSG가 한 번쯤 돌이켜봐야 할 이별의 철학이다. 김강민과 같은 ‘꼴 보기 싫은 이별’은 더는 없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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