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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전쟁에 ‘외주 국방’ 리스크 확대… 韓, ‘동맹+자주’ 안보 함께 가야

  • 입력 2023-11-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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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의 Deep Read - 신냉전과 한국 안보

美 최우선 대외정책은 中 패권 방어… 우크라·중동·대만戰 이어 한반도전쟁 전면 개입 불가능
한국, 동맹 바탕 위에 자체 방위 역량 키워야… 대북 감시·정찰과 미사일방어망 강화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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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대결로 시작된 신냉전 국제체제 속에 3개의 전쟁이 등장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시작된 신냉전의 불씨를 지난해 유럽 무대로 확산시킨 우크라이나 전쟁, 그 불길이 중동의 화약고로 옮아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만 전쟁이다.

3개 전쟁은 모두 자유민주진영과 전체주의진영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신냉전 체제와 직결돼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3개 전쟁이 한국의 ‘외주 국방’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중동전쟁은 한국이 강력한 동맹의 토대 위에 자주 안보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발 묶인 미국

과연 미국은 3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만일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은 한국을 지원할 여력이 있는가.

냉전시대 미 국방부는 2개의 큰 전쟁과 1개의 작은 전쟁을 동시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군사력을 유지했었다. 예컨대 구소련의 서유럽 침공과 북한의 남침이 동시에 발생하고 중동에 작은 전쟁이 발발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후 군사력이 감축되면서 미국의 목표는 1개의 큰 전쟁과 1개의 작은 전쟁을 수행하는 쪽으로 옮아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외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2021년 돌연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청산하고 서둘러 철수를 단행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언제 발발할지 모르는 중국과의 대규모 전쟁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전쟁들을 조기에 종식하고 동아시아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시켜야 할 긴박한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현시점에서 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쟁은 무엇보다도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전쟁이다. 따라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에 깊이 개입해 큰 전쟁을 벌일 여력은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는 군수 지원만 제공하고,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시아파 이슬람 세력의 참전을 막고자 항모전단을 파견해 억제하고 위협하는 수준의 제한적 개입에 머무는 것이다.

◇능력과 의지

현재 미국이 당면한 3개 전쟁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은 모두 미국과 동맹조약을 맺지 않고 있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거의 동맹에 준하는 지원을 받고 있다. 그들은 모두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이며,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합치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쟁에 임하는 세 나라의 자세와 능력은 크게 다르다. 이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 또한 그러한 요소들을 감안하는 맞춤형 지원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크라이나는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는 강하나 자체 군사력이 매우 취약해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무기 공급을 받아 어렵사리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와 능력이 모두 강해서 미국이 제한적 측면 지원만 제공해도 자력 방위가 가능한 나라다. 이에 비해 대만은 군사력도 중국과 비교가 안 되고 국가 방위 의지도 매우 취약하다. 야당인 국민당과 그 지지세력은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 움직임에 대해서도 별 거부감이 없다.

한국은 위 세 가지 모델 중 어디에 해당할까. 한국은 세계 6위 군사 강국이니 능력 면에서는 이스라엘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세의 위협에 대응하는 의지가 이념과 정파에 따라 크게 다르고, 자주국방보다는 미국에 의존하거나 중국에 굴종해 나라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니 자세 면에서는 대만 모델에 가깝다.

◇전쟁의 교훈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그리고 언제든 가능성 있는 대만 전쟁 등은 한국의 안보에 많은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무엇보다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고 함께 싸워줄 강력한 동맹국을 보유할 필요성에 대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었다면 러시아의 침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한국을 함부로 범하지 못하는 것도 무엇보다 한·미 동맹의 위력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안보를 동맹국 미국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이스라엘처럼 국가 방위에 대한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면 미국의 지원은 핵 억지력 투사와 대중국 견제 및 해·공군 지원에 국한되고, 지상전은 한국군이 전담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대만과 한국에서 2개의 큰 전쟁이 동시 발발할 경우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에 주력하고 한반도 전쟁은 세계 6위 군사력을 가진 한국의 손에 맡길 가능성도 있다.

그 연장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과 같은 기습공격에 대비하는 대북 정찰과 조기경보 능력이 강화돼야 한다. 북 핵무장에 따른 감시·정찰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문재인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로 그 능력을 자진 포기함으로써 북핵 대비도 대북 정찰도 미국에 떠맡기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 중이다.

◇미사일방어망

3개 전쟁은 북한의 핵 공격과 원거리 미사일 공격을 차단할 고도의 다단계 미사일방어망 구축이 절실한 과제임을 일깨운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하마스의 로켓포탄 5000발을 막아내지 못한 건 당연한 일로서 결코 미사일 방어의 실패가 아니다.

미사일 방어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며, 지금도 이스라엘과 미국 항모전단의 미사일방어망은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반군이 이스라엘로 쏘아대는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은 북한이 보유한 10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모두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시급히 질적·양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에 이어 이르면 2025년에 발발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 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전쟁이 현실화하면 이는 진영 간 전쟁의 양상을 띠게 되므로 한국이 팔짱만 끼고 구경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경우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 분산을 노리고 북한을 부추겨 대남 군사 도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다각적 대비

북한이 처한 경제난과 식량·유류난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대남 도발은 전면적 군사 대결보다는 미사일·방사포·무인기·잠수함 등을 이용한 원거리 국지적 도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미사일방어망 강화 등 다각적인 대비태세의 마련이 시급하다.

세종연구소 이사장, 전 외교부 북핵 대사

■ 용어설명

‘신냉전’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이 대립했던 1950∼1990년의 ‘냉전’과 이후 한 세대에 걸친 ‘탈냉전’을 지나 다시 양 진영이 대립하는 세계 체제. 미·중 패권 대결이 본격화한 2020년이 신냉전 기준.

‘3개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중동 전쟁, (미래의) 중국-대만 전쟁을 가리킴. 여기에 남북 군사 충돌을 가정한 ‘3+1개 전쟁’, ‘3+α 전쟁’도 나오고 있어.

■ 세줄 요약

발 묶인 미국 : 신냉전 체제 속에 우크라이나·중동·대만戰 등 ‘3개 전쟁’론이 등장. 미국은 3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여력과 능력이 없어. 미국에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의 패권 확장을 위한 대만 침공을 막는 것.

능력과 의지 : 전쟁에 임하는 당사국의 국방 능력과 의지는 모두 달라. 우크라이나는 의지는 있으나 능력 부족. 이스라엘은 두 가지 모두 있고, 대만은 모두 없어. 한국은 국방 의지가 정파에 따라 다르고 동맹 의존성이 강해.

3개 전쟁의 교훈 : 전쟁은 동맹의 소중함과 함께 국가 방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줌. 특히 중동전에서 보듯 기습공격에 대비한 감시·정찰 능력과 다단계 미사일방어망 강화가 절실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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