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6일 오전 금융위원회가 자리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공무원들이 청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고위퇴직 재취업 ‘금피아 실태’

공무원 출신 인맥·정보·영향력
각종 금융사들 이해관계와 결합

재직중 공정성 잃은 정책 펴고
퇴직후 고액 연봉으로 취업한뒤
바람막이·민원창구 역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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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고위공무원 퇴직자의 87%가 공공기관과 비영리기관을 거쳐 은행·보험·카드회사 등 금융권으로 재취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금융권의 오랜 병폐로 지적된 ‘금피아(금융위+모피아) 카르텔’이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권 관료들이 카르텔을 매개로 유착하면, 부패가 쉽게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정책의 공공성도 의심받는다는 것이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 부이사관(3급) 이상 재직·퇴직자(2010∼2023년)들의 재취업 경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공공분야·금융분야·비금융분야를 오가며 거미줄 같은 분포를 형성하고 있다. 주로 공직자윤리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 비금융회사나 기관에 상당 기간 재직하다가 은행·증권 등 금융권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대학이나 교육기관에 취업했다가 금융당국 최고위직에 임명된 뒤, 금융유관기관에서 연구위원이나 고문을 맡는 경우도 많다.

분야별로는 금융 분야 재취업이 70회(62%)로 가장 많고, 공공분야가 28회(25%), 비금융회사나 로펌이 15회(13%)로 뒤를 이었다.

금융위 퇴직 관료들이 가장 많이 거쳐 간 자리는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4회),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4회), 한국예탁결제원 사장(3회), 전국은행연합회 전무이사 (3회) 등으로 나타났다. 핀테크(Fin Tech)와 가상자산 산업이 발달하면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으로 진출한 경우도 눈에 띈다. 태평양·광장·율촌·화우 등 대형로펌, 각종 사회재단·협회 고위직, 대기업 사외이사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인 이현철 씨는 2018년 퇴직 후 금융유관기관인 한국자금중개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부터 카드회사 감사위원과 신탁회사 사외이사를 맡았다. 금융위 부이사관으로 2014년 퇴직한 이호형 씨는 2017년부터 신용정보회사 대표이사와 전국은행연합회 전무이사로 재직했다. 금융위 대변인 출신 임규준 씨는 퇴직 3년 후인 2022년부터 화재보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민간은 고위 공무원 출신의 인맥·정보·영향력을, 공무원들은 퇴임 후 고액 연봉을 교환하면서 이해관계가 맞는 것”이라며 “금피아 현상이 정경유착과 큰 부패로 발전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한 사내 변호사는 “금융위 고위 관료들은 퇴직 후 금융권 취업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재직 중에 이미 공정성을 잃은 금융정책을 펴고, 퇴직 후에는 바람막이나 민원창구로 활용되는 것을 공무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고 전했다.

오 의원은 “금융위 관료가 퇴직자를 포함해 외부인을 만날 때 자진 신고하는 ‘외부인 접촉관리 및 신고제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