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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과의 관계회복을 살피다

유승목 기자
유승목 기자
  • 입력 2023-09-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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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스러운 자연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


어린 시절 여름날을 떠올려 보자. 기억 속엔 늘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 매미를 잡기 위해 뒷산을 오르고, 계곡 물에 발을 담그며 뜨거운 열기를 식히던 그때 자연은 항상 함께하는 벗이었다. 추억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상실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에 빠져 있느라 보지 못했던 하늘의 색깔은 낯설고, 자동차와 아스팔트 도로에 익숙해진 발은 흙의 촉감을 잊었다. 도시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자연과 멀어진다.

우리는 언제부터 자연을 잃어버렸을까. 저명한 영국의 여성 종교학자인 저자의 물음은 여기서 시작한다. 석가모니, 노자, 토마스 아퀴나스, 윌리엄 워즈워스까지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류의 정신세계를 살찌운 위대한 철학자들은 모두 자연을 신성하게 여겼지만, 이런 정신은 과학과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근대세계가 열리며 끊어졌다. 자연은 인간이 얼마든지 개발하고 수탈할 수 있는 ‘자원’이 되면서다. 영국의 위대한 시인 워즈워스를 떠올린 저자는 ‘땅의 찬란함이 사라져 버렸다’는 그의 시를 되뇌며 이렇게 말한다. “낭만주의 시인들은 이미 자연과 우리의 망가진 관계를 애도했다.”

책은 자연환경에 끼친 피해가 곧 인간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건넨다. 미국의 기온은 최고 수준에 이르러 공동체를 태워버린 파괴적인 산불을 경험한 동시에 독일은 전례 없는 홍수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의 생활 방식은 성취를 이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는 저자는 생존을 위해 자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책은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전 세계의 종교적, 철학적 전통을 조명한다. 유교와 도교, 불교와 힌두교, 유대교와 이슬람교 등 각 세계의 정신을 형성한 이들 종교가 왜 자연을 성스러운 존재로 여겼는지 살핀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거나, 자연과 절교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무거움이 없는 점이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다. “만물 모두가 내 안에 있다”고 여긴 맹자나, 자연을 향해 “거룩하다”고 외친 욥 등 성스러운 자연의 경이로움을 찾아갔던 이들을 특유의 통찰로 소개하며 지적인 여정을 안내한다. 236쪽, 1만80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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