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대구 등 학대·폐사 잇따라
시설 허가조건 대폭 손질 필요성

창원=박영수·대구=박천학 기자

경북의 한 농장에서 사자가 탈출했다가 사살되면서 사설 동물원의 부실 운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3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사설 동물원은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부경동물원이다. 이 동물원은 좁고 낡은 시설에서 동물을 사육해 ‘동물복지’ 논란을 초래했다. 2013년 문을 연 경남 유일의 사설 동물원으로 사자, 흑표범, 호랑이, 원숭이 등 30여 마리를 사육 전시했다. 하지만 좁은 면적, 콘크리트 바닥, 감옥형 전시시설 등 동물복지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특히 시설이 노후한 데다 코로나19로 입장객이 급감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 먹이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노쇠하고 삐쩍 마른 ‘갈비 사자’가 전시·사육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이 김해시청 홈페이지 등에 빗발쳤다. 결국 이 동물원은 지난 12일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갈비 사자를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보내는 등 매매방식으로 동물들을 분양한 뒤 폐원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성군의 대구숲 내 ‘대구쥬’도 부실 운영되다 동물단체에 고소되기도 했다. 이 동물원은 2020년 10월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가 동물이 방치되면서 학대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실질 운영자 A(52) 씨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2020년 1월 직원으로부터 발에 혹이 생긴 단봉낙타를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그해 2월 7일 죽게 한 혐의를 받았다. 2019년 7월에는 환경부 장관에게 등록하지 않고 일본원숭이, 노랑아나콘다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8종을 사육한 혐의(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았다. 2014년 개장한 거제씨월드는 돌고래 벨루가(흰고래)를 좁은 수조 안에서 키우면서 관람객들이 타거나 만지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해오다 지난 6월까지 돌고래 12마리가 폐사해 줄곧 학대 논란이 제기됐다. 동물구조 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 유영재 대표는 “멸종위기 동물을 방치해 동물원의 경제 사정에 따라 동물의 처우가 달라져 근본적으로 동물원 허가조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