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박종석 금융결제원 원장이 14일 오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금융활동 편익을 높이고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소회를 밝혔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원스톱 대환 대출 인프라는 16일로 가동 78일째를 맞았지만, 무사고를 기록 중이다. 백동현 기자

■ 취임 1주년 맞은 박종석 금융결제원장

78일째 오류·사고 없이 순항중
7월 말 누적 거래 4만3821건
연내 주택담보대출도 지원예정

스마트폰 모바일현금카드 추진
실물카드 없이 돈 뽑을 수 있어
‘오픈뱅킹’ 사업자도 지속 확대

지난 5월 31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가동된 ‘온라인 원스톱 대환(상환) 대출 인프라(대출 이동 시스템)’가 초반에 발생하기 마련인 시스템 오류나 시행착오 없이 무사고 78일째를 맞고 있다. 덕분에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더 유리한 조건의 대출을 찾아 즉시 갈아탈 수 있는 새로운 대출 이동 시대가 매끄럽게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53개 금융회사 간의 대출 금리 경쟁도 본격화하면서 고금리 시대의 금리 부담도 덜어주고 있다.

시스템 측면에서 온라인 원스톱 대환 대출의 산파 역할을 한 박종석(60) 금융결제원 원장은 이에 대해 “서비스 두 달 만인 지난 7월 말 현재 대출 이동 시스템을 거쳐 좀 더 낮은 대출 이자를 찾아 움직인 머니 규모가 1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박 원장을 1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정자일로 금결원 분당센터에서 만났다. 박 원장은 그간 소회에 대해 “국민의 금융활동 편익을 높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1년을 보냈다”고 돌아봤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온라인 원스톱 대환 대출 인프라가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도 금융사의 고질적인 이자 장사 폐해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와 준비하기로 하면서 단기간에 마무리해야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금융위원회는 물론이고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소통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이미 국민과 약속한 상황이므로 최종 테스트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만전을 기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가동 시기를 늦추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대환 대출 건수는 7월 말 현재 누적 기준으로 4만3821건, 금액으론 1조479억 원을 기록했다. 관련해서 정보조회 건수만 해도 709만3000건에 이른다. 국민이 좀 더 저렴한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편익을 극대화하고, 금융 시장의 효율성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시스템 구축 과정에 대해 ‘역대급 로드’라고 평가를 한다. 대환 대상에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까지 연내에 포함되면 처리해야 할 건수가 단순하게 추산해도 5배 수준으로 늘어날 텐데, 준비 상황은 어떤가.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서비스 구조나 시스템 설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담보와 관련해서 체크해야 할 것들이 추가로 있는 데다, 등기와 관련된 정보가 필요해서 더욱 복잡하다. 준비를 철저히 잘해서 국민이 주택담보대출 분야에서도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연내 서비스를 목표로 이제 준비 기간이 4개월 정도 남아 있다. 금융회사들과 논의해 가면서 철저히 준비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고 금리도 올라 금융 비용 부담에 대해 많이들 예민해져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은행 지점 축소로 인한 불편이 가중되는 것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우체국 창구를 통해 4대 시중은행의 금융 거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은행권 공동창구업무 중계시스템’을 개통했다. 보이스피싱·금융사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본인 계좌 일괄지급정지 서비스’도 지난해 12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괄지급정지 서비스 건의 경우에는 어느 한 은행에 얘기하면 한꺼번에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민원이 계속 있어 왔다. 이번 조치 이후 보이스피싱 사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 것이다.”

―오픈뱅킹 사업도 세계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4분기 현재 오픈뱅킹 가입자 수는 누적 기준으로 약 1억5000만 명, 계좌 등록 수는 약 3억5000만 건에 달한다. 참가기관 서비스의 혁신 촉진을 지원하고 국민 편익을 개선하고자 ‘오픈뱅킹’ 참여 업권을 보험사 및 캐피털사로 확대하고 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에 호혜적인 협력관계가 구축되도록 하는 데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오픈뱅킹은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매개 프로그램인 ‘API’만 연결하면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가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 결제 시스템이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 대신 타 금융사의 거래 현황을 조회하고 이체도 할 수 있게 된다.)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를 소개해 준다면.

“‘모바일 현금카드’ 이용자가 본인이 보유한 스마트폰 기종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동화기기(CD/ATM)에서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모바일 현금카드 공동QR코드 입출금 서비스’를 연내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인프라를 구축 중에 있다. 동남아시아(베트남·태국) 지역을 중심으로 제공하는 국가 간 송금 서비스의 대상국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결제수단이 다변화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갈수록 빠르게 감소하는 현금이용 규모나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연구·개발(R&D) 움직임 등을 보면서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재편이 임박함을 절감한다. 금융안정위원회(FSB)·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지급결제 시스템 효율성 개선에 관한 논의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는 내부 금융결제연구소 조직을 중심으로 국내외 법령 제·개정 및 규제 동향 등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제도의 적용 효과를 사전 검증하기 위한 R&D 수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변화의 물결이 지급결제 부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가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과 과제를 모색해 나가고 있다.”

―남은 임기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한국은행이 최근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의 신속자금이체 시스템 구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 간 받은 차액만 시차를 두고 결제하는 정산 방식을 채택해 왔는데, 총액 결제를 바로바로 하는 신속자금 이체로 가는 나라가 늘고 있다. RTGS 방식을 채택하면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이 바로바로 금융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용 리스크가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국가 간 자금 이체도 이 방식으로 가는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한은이 하는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지급수단과 결제에 있어 노하우와 전문성이 있어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관범·김지현 기자

■ “폰뱅킹 등 하루에 1억건·140조원 처리… 3중 백업·14개 네트워크 분산 운영”

금융결제원은…

“5대 국가기간전산망 중 하나
사이버·보안 위협 철저 대비”

금융결제원은 5대 국가 기간 전산망 중 하나인 금융 전산망을 구축 및 운영하는 사단법인이다.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상호 연결한 금융 공동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이 멈추게 되면 현금 자동 입출금기는 물론, 인터넷뱅킹·폰뱅킹 등이 일시에 마비되는 ‘금융대란’이 빚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어음 교환과 지로 결제, 금융정보 중계, 금융인증 등도 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곳을 통해 하루에 처리되는 지급결제 건수와 금액은 1억 건, 140조 원에 달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요구된다.

박종석 금융결제원 원장은 14일 오후 금결원 분당센터에서 “이곳이 멈추게 되면 지급결제가 불능에 빠져 금융 시장에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면서 “혁신을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만큼이나 안정성과 보안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특히 “지난해 10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블랙아웃 사태를 보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 시에도 업무 지속성이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의 대체 불가능성,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안전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필수 요건임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결원은 주센터(경기 성남 분당) 및 재해복구센터(서울 강남구 역삼동)를 구축해 이중화된 상호 백업 방식을 이미 적용하고 있지만, 재난·재해 등 극단적인 상황에 더욱 철저히 대비하고자 지난해 10월 수도권에서 100㎞ 이상 떨어진 위치에 비상운영센터를 설치했다.

박 원장은 “역삼 본원과 분당센터는 백업 관계로, 이미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을 쓸 수 있게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안 될 수 있어 이번에 새롭게 비상운영센터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결원은 아울러 14개 네트워크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망 분리가 안 돼 엉뚱한 곳에서 피해를 보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그는 “사이버 위협이나 보안 위험이 늘 존재해 백업을 이중, 삼중으로 하고 수시로 해킹 공격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하면서 철저하게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3년생 △청석고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 석사 △한국은행 입행 △한은 총재 정책보좌관 △한은 통화정책국장 △한은 부총재보 △금융결제원장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