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산사태 토사 덮친 도로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한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쌀재터널 주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도로에 쏟아져 있다. 연합뉴스

■ 전국 폭우·강풍 초비상

12개 시·도 주민들 긴급대피
울산 태화강 인근 실종 신고
부산 정전·침수 187건 피해
중대본 “기관장 중심 대응을”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창원=박영수 기자, 전국종합

한반도를 수직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는 제6호 태풍 ‘카눈’이 10일 오전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하자 전국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철도는 멈췄으며 하늘길과 바닷길이 일부 막혔다. 오전 11시 기준 벌써 12개 시·도에서 1만 명 이상이 긴급 대피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각 기관에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기관장에게 직보해 기관장을 중심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근무태세에 돌입하는 등 초긴장 상태다.

중대본 등에 따르면 카눈이 경남 거제에 상륙하면서 영남 지역에서 폭우와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거제 능포동에서는 오전 6시 19분쯤 11층 아파트의 지붕구조물(벽돌)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 7대가 파손됐다. 오전 8시 3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광려천에서 산책을 나갔던 할머니가 불어난 물에 하천을 건널 수 없게 되자 교각에서 구조를 요청해 119가 구조했다. 국도 5호선 마산회원구 내서읍에서 마산합포구 방향 ‘쌀재터널’ 3㎞ 지점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가 흙더미로 뒤덮여 양방향 통행이 금지됐다. 오전 7시 21분쯤 창원시 진해구 마천동에서는 하천 변에 주차된 차량이 불어난 물에 휩쓸리기도 했다. 오전 9시 31분쯤 울산 중구 다운동에서는 “태화강 생태연구소 부근에서 사람이 떠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제 실종 여부는 확인 중이다.

이미지 크게보기강풍에 뜯겨나간 간판 10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 향청리 한 상가 건물 간판이 태풍 ‘카눈’이 몰고 온 강풍에 뜯겨 119구조대가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시는 ‘암곡동 암곡소망교회 인근 하천의 둑 유실 우려가 있다’며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 왕산경로당과 고지대로 대피하라고 대피 명령을 내렸다. 경북 청도군 매전면에서는 오전 6시 40분쯤 하천에 물이 불어 고립된 여성 한 명이 소방대에 구조되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최대 초속 30.7m의 강풍이 불면서 공장·주택 지붕 파손, 상가 정전, 가로수·공사장 펜스·도로 중앙분리대 경도, 주택·도로 침수 등 187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시는 이날 첫차부터 부산지하철 1∼4호선의 지상 구간과 부산·김해경전철 운행을 각각 중지했다. 또 광안대교·부산항대교·거가대교 등 주요 해상 교량을 통제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부산 초·중·고는 이날 하루 원격수업을 진행했고, 어린이집은 휴원했다.

전남 곡성읍 학정리에서는 오전 8시 46분쯤 주택 지붕이 무너져 집주인 1명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광주 서구 금호동 일대에서는 오전 4시 46분쯤 강풍에 흔들린 나무가 전깃줄을 건드려 일대 6개 아파트단지 3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 1시간여 만에 복구됐다. 경북 구미 선산읍에서는 나이가 약 400년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반송(盤松)’ 일부가 쓰러졌다. 이날 오전 이상민 중대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18개 관계부처와 17개 시도 관계자가 참석한 카눈 호우피해와 기관별 대처상황 점검 회의에서 “접수된 재난 상황은 기관장에게 직보해 기관장 중심으로 상황 대응을 실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시 대피자는 12개 시도 83개 시·군·구에서 1만641명이 발생했다. 14개 공항 355편의 항공기가 무더기 결항됐고, 여객선 154척·도선 92척의 발이 묶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