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일 한종섭 여사가 자신의 이름을 따 조성된 고려대 안암병원 본관 앞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제공

한종섭 여사, 평생 모은 돈 기부
고대의료원, 할머니 이름딴 정원

“돈 가지고 있어 봐야 뭐하나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기부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이름을 남기는 게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 공장을 운영하며 평생 모은 재산 10억여 원을 고려대 병원에 쾌척한 한종섭(90) 여사는 이렇게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의학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10억여 원을 기부한 한 여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난 9일 고대안암병원 옥외정원에서 ‘한종섭 정원’ 명명식을 했다고 15일 밝혔다.

6·25 전쟁으로 가족을 여의고 18세에 남쪽으로 내려온 한 여사는 이후 서울 용두동에서 남편과 실 공장을 운영하며 살림을 꾸려왔다. 그렇게 평생 성실히 모은 돈으로 지난 2021년부터 총 10억65만 원을 기부했고, 거주 중인 성북구의 주택도 사후 의료원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그는 “예전에 고려대생들이 학생운동 하던 시절에는 우리 집으로 도망도 많이 왔었다”며 “오랫동안 동네 주민으로서 고려대에 대한 애정과 친근감이 있어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병원 본관 앞 정원을 ‘한종섭 정원’으로 명명해 한 여사의 뜻을 영원히 기억하고 이어갈 계획이다. 한 여사는 명명식에서 “일평생 일궈온 노력의 결과를 뜻깊은 곳에 전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많은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더욱 빨리 왔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