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때처럼 수사 확대 우려
정권따라 에너지정책라인 수난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의사결정 라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해 관가에는 15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조사가 지난 정권에서 실무자가 처벌까지 받았던 ‘탈(脫)원전 수사’처럼 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세종관가에서는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졸속으로 추진되며 ‘눈먼 돈 빼먹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에 이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감사에 들어간 이후부터 이미 내부가 어수선했는데, 한국전력공사 임직원의 차명 태양광 사업 참여 등 의혹까지 터져 나오면서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문 정부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전 청와대 정책실장),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뿐 아니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출신인 채희봉 전 산업정책비서관(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비리 혐의가 포착된 3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나, 감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비리에 가담한 공무원들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고조되면서 관가 안팎으로 긴장감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사를 지시한 만큼, 철저한 조사와 엄벌도 불가피해 보인다. 윤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전 정부에서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이끈 공무원들이 여전히 산업부에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관가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표 정책에 대해 윗선 지시를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고, 지시대로 했을 경우 차기 정부에서 징계와 처벌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으로, 검찰은 산업부가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사결과를 조작했다고 판단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담당 국·과장, 서기관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