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올여름 괜찮을까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됐지만 원전 정상화에 힘입어 올여름 전력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로비에 설치된 전력수급 현황 화면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현재 전력 예비율이 30.6%로 표시돼 있다. 백동현 기자

■ 전력수급 골칫덩이 태양광

文정부서 무분별 늘린 태양광
흐린날 이용률 5%P 떨어져도
원전1기 규모 전력공급 사라져

날씨 좋아 발전량 커져도 문제
저렴한 원자력 억지로 줄여야
블랙아웃 위기 대응력도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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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안정적 전력수급이 기대되는 가운데서도 폭증한 태양광이 최대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구름 낀 날씨로 이용률이 5%포인트만 떨어져도 원전 1기와 맞먹는 1GW 규모의 전력공급이 단숨에 사라질 수가 있는가 하면, 맑은 날씨로 초과공급 시 저렴한 에너지원인 원전 출력을 줄여야 하고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대정전)까지 초래할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며 전력수급 대책으로 △수요관리 △설비점검 △계통안정화 △추가 예비자원 확보 등을 제시했다. 원전 정상화가 본격화되기 전이던 지난해 전력 예비력 전망치가 5년 내 최저치인 5.2GW까지 곤두박질치며 전력수급 비상경보 발령 직전까지 근접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급 형편이 훨씬 나아졌지만 변수로 떠오른 태양광 발전 탓에 안심할 수 없어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수요감축(DR), 석탄발전 상향운전, 시운전 활용 등의 예비자원도 7.6GW를 확보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특정지역 계통에서 발전량이 지역 수요와 송전량을 초과하면 고장파급에 대비한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때 이른 더위로 7월 초순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거나, 예외적인 기상 상황으로 전력 수요는 많아지는데 태양광 발전은 부진한 경우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할 예정”이라며 “봄철에 태양광이 밀집된 호남지역에서 계통고장에 선제 대응하고자 일부 발전기의 출력을 제어했던 것처럼, 이번 여름철에도 전력 수요가 낮고 태양광 이용률이 높아 제어가 필요한 경우 대비책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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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우려가 단순히 기우만은 아닌 이유는 최근 태양광 발전량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른 더위가 찾아왔던 올해 4월 9일 일요일 낮 12∼1시 한 시간 태양광 발전 출력량이 2만1778.7㎿로, 이 시간대 우리나라 전체 전력 사용량의 39.2%를 차지하며 비중이 40%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상위 10위’ 태양광 발전량이 전체 전력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30%를 넘겼다.

태양광 발전 난립으로 발전량이 급증하며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4∼5월 호남·경남 지역 태양광 발전소를 대상으로 설비용량 기준 최대 1.05GW까지 출력 제어한다고 예고한 이후 여러 차례의 출력 제어를 했다. 태양광뿐 아니라 ‘100% 가동’을 원칙으로 했던 원전의 ‘감발’(출력 감소)도 올 들어 5월까지 23차례 4130㎿ 규모로 이뤄졌다. 전력 생산량과 소비량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출력 제어가 불가피하다. 태양광 발전 구매단가는 올 들어 5월까지 171원으로 원전(42원)의 4배를 웃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대책 없이 늘린 태양광 탓에 값싼 원전 이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대로 흐린 가운데 습도가 높아 태양광 발전 출력이 저조해도 문제다. 태양광 발전용량은 집계되는 것만 26.6GW 정도로 추정되는데 여름철 피크 시간대 이용률은 25∼30%로 변동성이 크다. 5%포인트만 이용률 격차가 벌어져도 원전 1기 규모인 1GW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도한 재생에너지로 인해 송전망 보호 등을 위해 출력 제한을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을 마구잡이로 늘렸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