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관악구 삼성전자 서울대 공동연구소에 위치한 C랩에서 소속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 (2) 삼성전자

11년전 도입, 스타트업 산실로
임직원들 1년간 현업서 벗어나
독립된 연구공간·예산 지원받아

AI·메타버스·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구현
글로벌 무대서도 기술력 인정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안에 마련된 삼성전자 서울대 공동연구소에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시작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이 자리 잡고 있었다. C랩은 이 건물의 4층부터 10층까지를 사용한다. 4∼7층은 C랩 스퀘어와 C랩 라운지, 대강당 등 회의와 해커톤 행사 등을 치를 수 있는 공용 공간이고, 8∼10층은 프로젝트팀이 입주해 있는 C랩 사무 공간이다. C랩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구현하는 사무 공간 한편에는 3D 프린터 등이 갖춰져 있어 제작하고 싶은 제품을 바로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김준회 삼성전자 C랩 프로는 “C랩을 방문하는 많은 분이 3D 프린터가 마련된 이 공간을 가장 신기해하고 부러워하셨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서울대 공동연구소에는 사내 벤처 총 26개 팀이 근무 중이다. 근무환경, 여건 등은 여느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C랩은 통상적으로 상석으로 여겨지는 창가 쪽을 비워두고 복도로 이용한다. 수평적 조직이라는 뜻이다. 김 프로는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팀원을 공모하고 팀 구성부터 운영 방식까지 팀이 알아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 직원이 C랩 갤러리를 소개하는 모습. 백동현 기자

이날 사무실에서 만난 직원들은 화기애애한 업무 분위기 속에서도 개발한 제품의 다양한 실험과 시제품 테스트 등에 열중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강기재 삼성전자 프로는 “팀끼리 서로 새 제품이 나오면 테스트를 도와준다”며 “우리 제품을 다른 팀에 선보일 때나 다른 팀의 새 제품을 처음 접하게 될 때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C랩은 창의적인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C랩은 이곳 삼성전자 서울대 공동연구소와 경기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 서울 우면 연구·개발(R&D)센터, 대구, 광주, 경북 등 6곳에 각각 나뉘어 있다. C랩은 사내 벤처 총 31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1개 팀당 4∼5명의 인원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내 벤처와 외부기업 특성상 원활한 지원을 위해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발굴하고, 임직원들이 스타트업 스타일의 연구 문화를 경험해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현업에서도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창의적인 조직문화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C랩 과제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또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 팀 구성부터 예산 활용, 일정 관리 등 과제 운영에 대해 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C랩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에 높은 목표에 대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는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도다. 임직원들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391개의 과제를 발굴, 1600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해커톤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C랩 라운지 전경. 백동현 기자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올해 소비자가전쇼(CES)에 한 해 동안 C랩이 육성한 사내 벤처와 외부 스타트업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에 마련된 스타트업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Eureka Park)’에 ‘C랩 전시관’을 마련하고 임직원 대상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의 우수 과제 4개와 외부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로 육성한 스타트업 8개를 함께 전시했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C랩 인사이드 4개 과제는 사내에서 육성 중인 과제 중 혁신성과 시장성, 완성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과제들로 부상 없는 러닝을 위한 메타버스 러닝 자세 코칭 플랫폼 ‘메타러닝’, 스마트워치로 명상 상태를 측정하고 피드백을 주는 명상 솔루션 ‘숨’ 등 메타버스와 라이프스타일 분야 과제가 선발됐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CES 2023 혁신상’에서 C랩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로 육성한 스타트업들은 2개의 최고혁신상과 27개의 혁신상을 받으며 역대 최다 수상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22개의 혁신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7개가 더 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보유한 CES 혁신상 수상 노하우를 C랩 스타트업에 공유해 더 많은 스타트업이 CES 혁신상을 수상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 C랩 스핀오프 사례는 현재까지 61개다”라며 “직원들의 창의적인 끼와 열정을 적극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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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장님’ 대신 ‘김프로’ … 수평적 조직문화로 소통 활성화

직원간 호칭 ‘님·프로’ 통일
직급은 7 → 4단계로 단순화
자율근무존으로 업무효율↑

삼성전자는 ‘워크 스마트(Work Smart)·싱크 하드(Think Hard)·빌드 트러스트(Build Trust)’를 기반으로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발전시키고 제품·제도·프로세스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조직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평적 조직문화 및 조직 내 소통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이에 맞춰 업무 효율 제고, 일과 생활의 균형 및 임직원 근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직급 단계를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고 직원 간 호칭을 ‘님’ ‘프로’로 통일하는 등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직급·직책·근속·나이에 관계없이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지난해 2월부터 사내 시스템에서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수립해 적용하고 있다.

이번 인사제도 혁신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다양한 경력개발 기회를 마련하며, 상호 협력과 소통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향이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 카페·도서관형 사내 자율 근무존(사진)을 운영하고 있다. 사외 거점 오피스는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출퇴근 시간은 대폭 줄이면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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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