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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제한은 최악의 위헌적 입법… 巨野, 삼권분립 무력화

  • 입력 2023-05-25 09:57
  • 수정 2023-05-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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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의 Deep Read - 민주당 제한입법의 문제점

법률안거부권, ‘野 입법 독주’ 견제 위한 최소한의 제동장치이자 헌법에 명문화한 제도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관철 위한 노림수지만…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핵심정신 훼손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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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잇따르자 민주당이 아예 거부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행정부의 입법부 견제를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장치라는 점에서, 이를 무력화·제한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틀을 붕괴시키는 위헌적 입법 행위이다.

◇민주당 입법 독주

역대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사례는 정치적 혼란기였던 이승만 정부 때 45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노태우 정부(7건)와 노무현 정부(6건)가 잇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1년밖에 안 돼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에 대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도 민주당이 거야(巨野)의 힘을 앞세워 대화와 타협 없이 노란봉투법 등 법률안을 강행 처리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주목할 점은 역대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주로 야당의 힘이 더 센 여소야대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집권당이 원내 다수당이었던 여대야소 상황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3건밖에 없다. 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주도한 입법을 정부·여당이 견제하는 확실한 헌법상의 제도가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인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의 대선 당선 때부터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를 꽤 의식했던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위장 탈당이라는 위헌적 방법까지 동원해 소위 검수완박 입법을 서둘러 처리했던 것도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집권당 시절부터 국회 내 과반 의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일삼고 있다는 평가를 받더니,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여전히 위헌적인 입법까지 거침없이 발의하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거부권 제한 입법 명분은 ‘이해충돌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 자체가 무리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고,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 법안에서 이해충돌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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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왜 필요한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헌법상 인정된 대통령의 권한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미국식 대통령제의 특징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①법률안거부권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인정되더라도 실제 행사되지 않는 명목상의 권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아예 없는 영국의 경우는 ①에 해당하며, 대통령이 있지만 주로 의전적 역할을 하는 독일은 ②에 해당한다.

미국의 대통령제에서 법률안거부권이 인정된 이유는 미국 헌법의 특징인 ‘철저한 삼권분립’ 때문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이 의회에 의해 구성됨으로써 의회와 내각의 공화 관계가 특징이다. 물론 의회의 내각불신임권과 내각의 의회해산권에 의해 상호 견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회의 다수파가 내각을 구성하기 때문에 연정의 붕괴 등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의회와 내각은 동질성을 기반으로 협력관계를 이룬다.

반면 미국식 대통령제의 경우 의회와 내각이 각기 별개의 선거를 통해 구성될 뿐만 아니라,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이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삼권의 분립이 엄격하다. 의회의 자율적 결정을 위한 내부 절차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부 법률안제출권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다만 삼권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의회에 정부의 인사청문회를 통한 인사권 통제·예산심의·의결권 등에 의한 재정권 통제가 인정되듯, 의회의 입법권에 대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인정된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은 최종적인 거부가 아니라 의회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것, 즉 ‘재의 요구권’이다. 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다수로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제한 입법의 심각성

미국에서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률안거부권이 많이 행사됐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4년 동안 414회를 행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3연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63회 행사했다. 최근에는 많이 줄었는데도 조지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년 재임 기간 12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동안 10회를 행사했다.

이러한 미국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수용됐고, 대통령제의 핵심 요소로 널리 인정된다. 곧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대통령제라는 정부 형태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개헌을 통해서도 삭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즉 대통령제 정부 형태의 핵심적 요소의 하나인 셈이다.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대통령제 정부 형태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에서 과반 의석을 앞세워 위헌적인 입법을 발의하고 심지어 관철했던 사례들은 적지 않다. 실패가 예정된 무리한 입법을 추진한 사례는 더욱 많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전자의 대표적 예라면, 공수처법은 후자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 법률안거부권 제한 입법은 야당이 힘을 앞세워 강행 처리한 위헌적 입법의 사례 중에서도 정도가 가장 심하다. 헌법에 명문화한 대통령의 권한을 법률로 제한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국무총리·감사원장 등 헌법상 국회의 동의권이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면 장관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의 부적격 결론이 나오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 것도 헌법상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기틀을 붕괴시키는 것이 된다. 국회의 입법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통제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관철한다면 이는 결국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장치마저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런 입법을 과연 정당하고 합헌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올바른 해법

적어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제한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 이를 관철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의원내각제로 정부 형태를 변경해야 한다. 대통령의 잦은 법률안거부권 행사가 권한의 오남용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다툴 문제이지 위헌적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

■ 용어 설명

‘법률안제출권’은 행정부가 스스로 만든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권한. 의회의 입법 절차에 정부가 사후 통제하는 ‘법률안거부권’과 달리 ‘법률안제출권’은 입법에 능동적으로 개입.

‘법률안거부권’은 의회 의결 법률안의 승인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권한. 법률의 효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하는 절대적 거부권과 의회 재의결을 요구하는 정지적 거부권이 있음. 미국과 한국은 후자.

■ 세줄 요약

민주당 입법 독주 :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야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는 헌법상 제도. 하지만 민주당은 거부권 제한입법을 발의. ‘권력 남용 방지’ 명분을 내세우지만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

거부권, 왜 필요한가 : 거부권은 대통령제 정부 형태의 특질. 미국의 거부권 도입은 철저한 삼권분립 정신에 기인. 정부의 인사권·재정권에 대한 의회의 통제가 인정되듯, 의회의 입법권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인정하는 것.

제한 입법의 심각성 : 야당의 거부권 제한 입법은 대통령제 정부 형태를 부정하는 것이자 삼권분립의 기틀을 붕괴시키는 최악의 위헌적 입법. 자신들의 입법 독주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장치마저 없애겠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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