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나라 살림 어쩌다 이지경에…

문 정부 첫해 국가채무 660조
2021년 970조로 급증한 이후
작년 97조 늘며 1000조 돌파
국가부채도 2326조로 늘어나

전문가 “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수출·내수 통해 성장률 높여야”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부채(광의)가 2326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정부가 4일 발표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방만한 확장 재정이 초래한 나라 살림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문 정부가 쏘아 올린 방만 재정의 역풍을 윤석열 정부가 맞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선진국 중 가장 가파른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약 2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2326조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0조9000억 원(6.0%) 늘었다. 종전 사상 최고액인 2195조3000억 원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우선 국공채·차입금 등 확정부채가 907조4000억 원으로 89조2000억 원(10.9%) 증가했다. 지난해 정부의 총수입(617조8000억 원)보다 지출(682조4000억 원)이 컸던 가운데 재정적자를 보전하고자 국채발행을 84조3000억 원가량 늘린 여파다. 특히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181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2000억 원(3.8%) 증가했다. 이는 향후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군인연금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부채증가는 문 정부 5년간 들어오는 수입에 비해 대책 없이 돈을 마구 쓰는 재정 만능주의와 방만한 재정 운용 때문에 일찍이 예견된 참사였다. IMF에 따르면 한국의 채무 증가속도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IMF는 지난 2021년 10월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오는 2026년 6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제시한 35개국 중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실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며 2020년 846조6000억 원, 2021년 970조7000억 원, 지난해 1067조7000억 원으로 해마다 불어났다. 재난지원금 등 현금살포로 대표되는 ‘포퓰리즘’ 정책과 5년간 120조 원 규모의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없이 집행돼 혈세 낭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난지원금과 예타 면제가 맞물린 데다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복지 수요가 늘어나면서 나랏빚이 급증하고 말았다”며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수출과 내수 증진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높여 세수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세수 여건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나랏빚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보편적 재정투입보다는 사회 취약계층에 ‘핀셋 지원’을 하는 재정지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들어 세수 감소 우려가 확산하면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희갑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2022회계연도 결산내용을 반영해 무분별한 현금지원 사업 등 도덕적 해이와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는 한편 예산 외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