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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10문10답

부모급여 인상·2자녀도 특공… 양육비 부담 줄였지만 경단녀 지원책 부족

권도경 기자 외 2명
권도경 기자 외 2명
  • 입력 2023-04-04 09:06
  • 수정 2023-04-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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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10문10답 - 정부 ‘저출산 대책’

한국 합계출산율 0.78명 ‘최하위’
정부, 돌봄 등 내년 40조원 투입
신혼부부 저금리 주담대 확대도
“먹고사는문제 해결할 정도못돼”

‘근로시간 단축제’ 현실성 없어
생애 맞춤 지원 체계 필요한데
0~1세 양육비 지원도 ‘한시적’

일각 “18세까지 100만원 주자”
프랑스, 혼외출산 부부에도 가족수당
스웨덴, 휴직여성에 급여 80%


35년간 ‘산아제한국’이었던 한국은 3년 전부터 ‘인구감소국’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0.78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 나라의 인구 규모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을 비롯해 초저출산율 기준(1.3명)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매년 혼인 건수가 감소해 출생아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저출산은 복지, 일자리, 주거, 교육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난제다. 최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7년 만에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선택과 집중’이다. 지난 15년간 280조 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을 쓰고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내년도 저출산 대책으로 책정된 예산 40조 원은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5대 핵심 분야 위주로 지원된다. 어떤 저출산 대책이 나왔고 실효성과 대안 등을 짚어봤다.

1.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책 방향은

정부는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하고 각 분야마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추려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돌봄과 교육을 위해 아이돌봄서비스를 2027년까지 3배 수준으로 늘리고, 어린이집 시간제보육도 확대하고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지원 대상·기간·급여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양육 비용과 관련해 만 0∼1세 아동 대상 부모급여를 확대하고 일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환급형 세액공제 형태로 운영 중인 자녀장려금(CTC) 지급액 및 지급 기준을 개선한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은 약 670조 원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정책을 반영한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40조 원 안팎을 배정할 계획이다.

2. 돌봄 인프라 확충 실효성 있나

이번 대책에서는 신혼부부와 유자녀 가구에 대한 주거서비스 분야를 크게 확대했다. 치솟는 집값 때문에 결혼과 출산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공분양에 한해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꿨다. 신혼부부에게는 2027년까지 총 43만 가구를 공급한다. 신혼부부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 대상을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 이하로 확대해 내 집 마련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돌봄 인프라 측면에서는 가정으로 찾아가는 아이돌봄서비스 공급을 지난해 7만8000가구에서 2027년 23만4000가구로 늘린다. 시간제보육서비스도 3배 확대한다. 오후 8시까지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늘봄학교’도 안착시킬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돌봄과 주택 지원에 대해 기존 대책을 확대한 데 그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봤다. 사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혼과 출산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해졌는데 정부 대책이 취업, 고용, 주거비용 등 경제적 문제를 해소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결혼 최우선 조건으로 질 좋은 일자리가 꼽히지만 이를 위한 대책은 없었다.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육아에 친화적이지 않은 직장문화나 여성 경력 단절 문제를 개선할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모가 일찍 퇴근해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장시간 일하는 문제부터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3.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 가능성은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확대했다. 초등 2학년(만 8세)까지만 쓸 수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시기를 초등학교 6학년(만 12세)으로 올렸다. 근로시간 단축제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한 주 15∼35시간 수준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고용보험으로 줄어든 노동 시간에 대한 급여를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부모 1인당 최대 36개월(육아휴직 미사용 기간 포함, 기존 24개월)로 사용 기간도 늘렸다. 일터에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근로감독을 확대하고 전담 신고센터를 신설하는 등 집중 단속을 벌이는 안도 포함됐다.

제도 확산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도록 유도하는 근본 대책이 빠져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제는 지난해 1만9000명만 사용한 만큼 아직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실정이다. 일부 대기업에서도 많은 직장인이 추후 받게 될 불이익이 두려워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고 있다.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도 중소·영세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 대다수는 쓰기 어려운 형편이다.

4. 양육비 지원 효과는

양육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 0∼1세 아동 부모에게 부모급여를 지급한다. 올해 기준 0세와 1세 부모에게 각각 월 70만 원, 35만 원을 지급하고 내년엔 100만 원, 50만 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자녀장려금 제도도 강화한다. 현재 부부소득 연 4000만 원 미만 가구에 자녀 1인당 80만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급 기준을 완화하고 금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는 특정 시기에만 쏠린 제한적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아동수당 및 출산·양육 지원체계 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1인당 월평균 지출 비용은 0∼2세 57만 원, 3∼5세 68만 원, 6∼8세 77만 원, 9∼11세 77만 원, 12∼17세 104만 원으로 아이가 클수록 늘어난다. 특히 학령기에는 교육비 부담이 커지는데, 정부 지원이 사라지면 교육 양극화는 심화된다. 이에 정책 수요자 중심으로 생애 맞춤형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려면 아이들이 공교육 범위에서 질 좋은 교육을 받는 것도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사교육비 부담을 고려하면 공교육의 질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5. 파격적 대책 등 충격요법으로 가능?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저출산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인 100조 원 정도까지 올려서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충격요법도 거론되고 있다. 또 최근 국민의힘은 남성이 30세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둘 경우 병역을 면제하는 안, 각종 지원금을 통합해 0세부터 18세까지 매달 10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안 등 다소 파격적인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실현 가능할까? 먼저 예산 확대 자체는 실현 불가능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국내 저출산 예산은 GDP 대비 1.5%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GDP 대비 2.5%)보다 적다. 인구대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GDP의 4% 수준에 달한다. 다만, 효율적인 정책에 대한 정교한 예산 집행이 필수다. 이미 국내에서도 각 지방자치단체가 출산 격려금이나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펼치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6. 인구정책 거버넌스 체계 재정립은

정부는 교육·노동·주거 등 저출산 원인이 다층적인 것으로 보고 기획재정부·교육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국토교통부 등에 대응책을 내게 했다. 범부처 차원에서 인구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권한이 강한 컨트롤타워 없이 개별 부처에서 각각의 정책을 수립·추진할 경우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인데,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등을 모두 포함해 전체 인원이 30명대 정도다. 부위원장이나 상임위원을 제외하면 정부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에서 파견받은 이들로 구성돼 있는데 일선 부처를 상대로 강제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한 파견 후 원 부처 복귀로 운영되는 특성상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7. 이민으로 극복하자는 논의도 있는데

저출산 문제로 노동력 부족, 경제활동 위축 등 중장기적인 여파가 불가피해지면서 체계적인 이민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해외 이민을 늘리기 위한 이른바 ‘출입국·이민관리청’ 설립 논의도 활발해지는 중이다. 법무부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5대 핵심 추진과제’에도 ‘새롭게 만들어가는 출입국·이민 정책’이 담겼다. 이민청이 만들어지면 전문성·숙련도를 갖춘 외국인 인재를 수용하는 방안과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정착,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 인구구조 유사한 일본과 중국 대책은

일본은 출산 비용을 공적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취업 요건과 상관없이 시간 단위로 어린이집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출산 장려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자녀 세대에 대한 지원책으로 주택융자 금리 우대 조치의 도입도 추진한다. 특히 일본은 4월 1일부로 ‘어린이 가정청’을 발족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아동·육아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 보건당국도 저출산 현상 완화를 위해 미혼여성의 난자 냉동 보관 허용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국무원 산하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베이징(北京)대 제3병원과 함께 난자 냉동 보관과 이를 활용한 출산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 중국에서 미혼여성은 냉동 난자로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출산이 심각해지면서 미혼인 경우에도 난자 냉동 보관 허용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9.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해외 사례

한국보다 저출산 문제를 먼저 겪고 극복한 유럽국가 같은 경우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 친화적 사회 제도 구축, 금전적 보상을 통해 출산율을 올렸다. 프랑스는 부모가 육아 상황에 맞게 유연 근로제를 선택하도록 제도를 마련했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도 뒷받침한다. 남편에게도 출산휴가 14일이 법적으로 부여되며 남성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며, 혼외 출산 부부도 가족수당과 보육비를 동등하게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스웨덴 같은 경우 육아 휴직 중인 여성에게 급여의 80%를 보전해주고 3세 미만 아동 보육 시설 확충을 통해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 데 방점을 줬다. 독일은 고학력·고소득 여성을 대상으로 한 육아정책을 집중적으로 늘렸는데, 여성이 일터로 복귀할 때 아이를 공공 보육 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남성 육아휴직을 사실상 필수화시켰다.

10. 정부의 고령화 대책은

저출산과 함께 한국사회 인구문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 문제다. 65세 이상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사회 전 분야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고령사회 정책 목표 및 주요 추진 과제’를 통해 먼저 노인 의료·돌봄 연계모형을 정립하기로 했다. 오는 7월 12개 시·군·구 노인들을 대상으로 관련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고령자 맞춤형 주거지 공급, 돌봄 서비스 연계 강화 등도 추진한다. 또 재고용·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제도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가속화해 올해 말까지 관련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도경 · 인지현 ·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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