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8년 10월 25일 포트멕네어 기지에서 프랭크 칼루치 국방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대군인부 승격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박물관 제공

■ 보훈부 출범… 국민통합 시대로

박 처장-퍼파로사령관 환담때
‘레이건 직접 서명’ 일화 전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보훈부 승격 등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직접 서명할 때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등 20여 명이 단상에서 윤 대통령을 둘러싼 채 서명을 지켜보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서명식에 참가한 유공자와 유가족은 1968년 1·21사태 당시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을 저지하다 전사한 고 최규식 경무관·제2연평해전 전사자 고 윤영하 소령·천안함 폭침 전사자 고 김태석 원사·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고 서정우 하사의 유가족 등 50여 명이었다. 2015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 지뢰 도발로 중상을 입은 하재헌 장애인 조정선수(예비역 중사)도 참석했다.

부처 신설과 관련 법안에 전자결재를 대신해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건 처음이다. 그러한 서명식에 유공자와 유가족이 자리를 함께한 것 역시 보훈부 승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남달랐음을 보여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보훈 문화는 곧 국격’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며 “대한민국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잊지 않을 것이며 한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서명식을 가진 데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해 7월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 미주리호 함상 위에서 열린 하와이 한국전 참전용사 위로연에서 새뮤얼 퍼파로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과 가진 환담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훈처에 따르면 당시 퍼파로 사령관은 선진적인 미국 보훈 문화 비결을 묻는 박 처장의 질문에 “미국도 오래전부터 베테랑들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보훈 문화가 잘돼 있지는 않았다”며 “1988년 10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제대군인부(보훈부) 승격을 계기로 국가유공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서명식을 갖고 보훈정책을 제도화한 뒤 보훈 문화가 급격히 자리 잡게 됐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박 처장이 윤 대통령에게 레이건 대통령 서명식 사진과 이 일화를 전하면서 정부조직법 서명식이 성사됐다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