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4일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소폭 하락
작년 기준금리 3%P 인상 여파 계속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족들이 한시름을 놓게 됐다. 다만 고금리 상황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이자 부담에 따른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금융권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당분간 이자 부담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에도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하락했다. 올해 초 연 8%대에 진입하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근 6% 중반까지 내려온 게 그 방증이다. 지난 2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96∼6.42% 수준이다. 지난해 말 5.35∼7.72%에 비하면 상단이 1.3%포인트, 하단이 0.39%포인트씩 낮아졌다.

하지만 과거 ‘제로금리’시대 2∼3%대 금리로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되는 금리가 여전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불과 1년여 전 만 해도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는 연 3% 초중반이었다. 1년 사이 이자 부담이 많게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격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 3% 미만 비중은 81.2%에 달했지만 2년 뒤인 2022년 12월에는 1.6%로 대폭 떨어졌다. 반면 금리 4∼5% 가계대출 비중은 36.2%, 5∼6%는 30.1%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워낙 빨랐던 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번에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배경 중 하나라는 평가다. 한은은 앞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가계 이자 부담이 매년 12조5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준금리가 3%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에 단순계산으로도 이자 부담은 37조 원 넘게 늘어난 셈이 됐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분기 1540조 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1870조 원을 넘어 대출부담은 수백조 원대 증가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기준금리 상단을 오는 4분기까지 5.00%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자 부담이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