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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기준금리 3.50%로 동결

물가는 5%대 여전히 높지만
소비약화 등 침체 공포 커져

“위원 5명 3.75% 열어둬야”
4월 금통위 추가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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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긴축 정책이 한층 강화될 것이 확실시됨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기준금리 인상 행보에 제동을 걸고 동결을 택한 것은 경기 침체 경고음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로 높지만, 지난해 긴축 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며 3월 이후에는 안정화 추세로 갈 거라는 기대도 작용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진 데다, 곳곳에 물가 불안 요소가 남아있어 오는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동결에 반대한 금통위원은 6명(총재 제외) 중 1명에 불과했지만, 위원 대부분은 향후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조윤제 위원이 이번 동결 결정에 대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나타냈다”면서 “다만(최종금리에 대해서는) 5명이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물가 압박으로 기준금리가 올 연말 3.75∼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경기 둔화가 가시화됨에 따라 긴축 정책의 여파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10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고금리·고물가 국면에 빚 부담이 커지는 등 민간소비 여력마저 떨어진 결과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아직 불안하고,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 금리 인상 요인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승률은 아직 꺾였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는 6개월째 5%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3월에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지겠으며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연말에는 3%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Fed의 매파 의지로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더 큰 폭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경기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둔화되는 조짐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있다. 현재 4.50∼4.75%인 미국 기준금리가 3월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상승될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치(1.5%포인트)를 넘어서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외국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가 심화되면 경제에 악순환으로 작용하게 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내 경제 악화로 한은이 이번에 동결했지만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며 “한은이 용인할 수 있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5%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수준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는 3.75%에서 최대 4%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