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SM 팬심, 누구 손 들어줄까 그룹 NCT127이 일본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마친 후 5만여 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 ‘500만 팬심’ 중요변수로 부상

SM대표, 이수만 탈세 폭로 때
팬 의식한 듯 NCT 티셔츠 입고
“에스파, 앨범연기에 울컥” 발언

‘찐팬’들은 하이브 편입 거부감
아티스트 ‘입’ 주목하며 침묵
단체행동 땐 경영권 좌우할 듯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속에 ‘팬덤’이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SM 소속 가수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 여부와 그에 따른 팬덤의 결집이 경영권 다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백만 명에 이르는 팬덤이 소액주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M 팬덤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다. NCT127의 정규 4집과 리패키지 앨범 누적 판매량은 320만 장을 기록했고, 에스파의 앨범 판매량도 200만 장에 육박한다. 여기에 엑소, 슈퍼주니어 등의 팬덤을 더하면 도합 5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인당 SM 주식 1주씩만 매입해도 500만 주가 움직인다는 의미다. 500만 주는 전체 SM 주식의 약 20%에 해당된다. 이 중 절반 수준의 팬덤만 결집해 소액주주 운동에 참여해도 경영권 향방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팬덤을 움직이는 SM 소속 유명 K-팝 가수들의 ‘입’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들 팬덤에 호소하는 시도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기 시작했다. 이성수 현 SM 대표는 16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의혹을 발표할 때 NCT127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또 이 전 총괄의 콘셉트 강요로 2월 예정됐던 앨범 발매가 연기되며 “에스파는 속상해서 울컥했다”는 발언 역시 에스파 팬들을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K-팝의 특징으로 꼽히는 강력한 팬덤은 응원하는 아티스트 관련 이슈가 불거졌을 때 공개 성명을 발표하며, 사태의 흐름을 바꿔놓곤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NCT127, 에스파, 소녀시대, 엑소 등의 팬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익명의 SM 관계자는 “각 팬덤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식 입장이 없기 때문에 뚜렷하게 입장을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SM 아티스트들을 지지하는 팬들은 대체로 SM이 하이브의 레이블로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오랜 기간 동방신기·엑소 등을 앞세워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던 SM이 하이브의 BTS 등장 이후 2인자로 밀려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데다 SM 특유의 음악 스타일이 희석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SM 라운지’에서 SM 직원 223명을 상대로 진행된 투표에서 85%가 현 경영진과 카카오를 지지하며 “SM의 정체성을 지켜달라”고 주문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수만·하이브 연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SM 아티스트들이 끝까지 침묵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 경영권 분쟁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누가 경영권을 쥘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칫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는 앨범 발매에 맞춰 팬들과 진행한 라이브 방송 중 “모르겠다. 회사가 지금 뒤숭숭하다”고 한숨을 내쉴 뿐 말을 아꼈다. 또 다른 SM 관계자는 “회사는 각 아티스트 개개인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실질적인 SM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원하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