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출근하는 검찰총장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배임과 뇌물 등 5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17일 오전 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기 위해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호웅 기자

■ 이재명 - 검찰, 영장 싸고 공방

李 “배당금 확정한 게 배임인가
그 논리면 부동산 침체땐 무죄”
정치탄압 규정해 대대적 반격

檢 “야당 대표 아닌 시장 때 비리
죄질·범행 수법 등 매우 불량”
팩트 통해 ‘비리 최정점’ 판단

검찰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서 이 대표의 정치 보복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야당 대표가 아닌 성남시장 시절 토착 비리 수사이자 권력형 부정부패 범죄”라며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이 검찰권을 사유화해 정적 제거에 나선 수사”라고 폄하하며 반발하고 나서 양측이 명운을 건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수사의 성격뿐 아니라 범죄 혐의와 중대한 범죄·증거 인멸 등 구속의 필요성을 놓고도 정면 충돌했다.

17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검찰은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시에 위임된 자치 권한을 공공복리가 아닌 본인과 측근들, 사적 편의를 제공하는 민간업자의 이익을 위해 오남용했다”고 기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경우 시의 인허가권을 사적 거래나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반헌법적 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이 대표의 혐의는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市政)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 농단에 빗대며 이 대표를 비리의 최정점이자 최대 수혜자라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날 오후 긴급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오늘은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고 비판했다. 직접적인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도 없이 과거의 정책적 판단을 현재 기준에서 범죄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희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사건 배임 혐의 적용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배당금을 지분 아닌 확정액으로 약정했으니 배임죄라는 검찰 주장대로면 부동산 경기 호전시는 유죄, 악화시는 무죄”라며 “예측이 틀리면 언제든지 검찰에 의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썼다. 이 대표는 또 “부정한 돈을 한 푼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6725억 원의 배당을 포기하고 1830억 원의 확정이익만 받도록 대장동 사업을 설계했다고 봤다. 지분 7%에 불과한 민간업자들이 7886억 원을 가져가는 특혜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대장동 결재 보고서와 민간 사업자들의 대화 녹취 파일, 성남시 회의자료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범행을 실행한 사실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구속 필요성을 놓고도 “100번도 넘는 압수수색에 인멸할 증거가 남아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성남FC 사건과 대장동 사건으로 지난달 10일과 28일, 이달 10일 각각 검찰에 출두해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과 도주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천문학적 불법수익 규모를 고려할 때 유례를 찾기 힘든 중대한 범죄”라며 구속 사유를 피력했다. 검찰은 양형기준 등을 들어 이 대표의 혐의가 “징역 11년 이상의 형이 선고돼야 할 범죄”라고 규정했다.

김규태·김무연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