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운데)가 21일(현지시간) 체포돼 있던 바하마의 공항에서 미국으로 송환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갑을 찬 채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8개 혐의로 기소된 뱅크먼-프리드
법원 “법정 출석 안 하면 체포영장”
혐의 부인하지만 측근은 유죄 인정




한때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지만 유동성 위기로 지난 달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3000억 원 이상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가택연금을 당할 예정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이날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보석금 2억5000만 달러(약 3207억5000만 원)에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측은 이 금액이 재판 전 보석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천문학적인 보석금을 내고 구치소에서 풀려나겠지만 가택연금으로 갇혀 지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법원은 그의 여권을 제출받았으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는 부모 집에서 가택연금하도록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뱅크먼-프리드는 FTX 파산 보호 신청 이후 회사의 본사가 있는 카리브해의 바하마에 체류하다가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지난 12일 체포돼 전날 미국으로 송환됐다. 발목에는 족쇄를 차고 법정에 출두한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의 변호사들 사이에 앉아 ‘앞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판사의 경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의 보석 조건에 동의하면서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인 부모가 보석 조건에 함께 서명했고, 부모 자택을 자신의 법정 출석에 대한 담보로 올렸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또 법원은 보석 기간 중에 뱅크먼-프리드가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치료와 평가를 받도록 명령했다.

뱅크먼-프리드는 FTX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손실을 메우는 등 투자자들과 고객들을 사취한 혐의로 뉴욕 남부연방지검에 의해 기소됐다. 정치인들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뿌린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미국 검찰은 뱅크먼-프리드를 FTX 가상화폐 사기의 핵심 인물로 규정하고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그동안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리스크 관리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형사 책임은 부인해왔으나, 핵심 측근 2명이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그도 책임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캐롤라인 엘리슨 전 CEO와 FTX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게리 왕이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앞서 FTX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으며, 당시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최대 500억 달러(약 66조 원)에 달했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대 10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