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월 17일 보수·진보 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왼쪽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아직 서울 서초구 자택에 거주 중이던 6월 14일 비판 집회가 열리고 있던 윤 대통령 자택 인근(오른쪽 〃) 모습. 뉴시스·김대영 기자

“관저 인근 집회 전면적·일률적 금지는
집회의 자유 핵심부분 제한” 헌재 판단
용산 대통령실, 文 양산 사저 넣으려던
여야의 집시법개정안 논의도 영향 예상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ｍ 이내’에서 야외 집회·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따라서 해당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일정 기간 후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 과격시위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사저도 보호대상에 포함하려던 국회의 논의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헌재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의 ‘100ｍ 집회 금지 구역’ 가운데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따라서 국회가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2024년 5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헌재는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할 때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위헌 판단 이유는 별도로 제시했다. 두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의 ‘대통령 관저’는 협의의 대통령 관저(숙소)와 집무실 등 대통령 등의 직무수행장소를 포함하는 광의의 대통령 관저를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광의의 대통령 관저 인근의 모든 집회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금지원칙과 본질침해금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03년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인근’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위헌 판단을 내렸고, 2018년에는 ‘국회의사당 인근’과 ‘국무총리 공관 인근’, ‘각급 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막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ｍ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회가 논의 중인 집시법 개정안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여야는 용산 대통령실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 사저 인근이 과격 집회에 시달리자 집시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앞두고 있던 상태였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