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훈장 수여하는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침공을 받은 지 300일째인 20일 최대 격전지인 동부 바흐무트를 전격 방문해 무공을 세운 병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외신 “내일 방미” … 전쟁 분수령

미국 지원받아 전쟁 끝내겠단 전략
의회찾아 초당적 협력 요청할듯
바이든은 ‘평화협상’ 타진 가능성
보안상 이유로 방미 취소될 수도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를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격적인 미국 방문 추진은 올겨울이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탈환한 데 이어 동부 돈바스에서도 잇따라 승전고를 울리는 상황에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등 미국의 추가 지원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전략이다. “백지수표는 없다”며 조건 없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다는 점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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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20일(현지시간)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포함한 미 행정부의 새로운 국방 지원 패키지가 논의되는 시점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깜짝 방문이 이뤄지게 됐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지 10개월 만에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언론은 최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을 처음으로 제공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은 줄곧 러시아 본토 공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지원에 난색을 보여왔는데, 이를 재검토하는 시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확답을 얻어내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내년 1월 미 하원 권력구조가 바뀌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자체는 찬성하면서도 철저한 관리·감독과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449억 달러(약 57조7000억 원) 예산이 포함된 2023 회계연도 연방 정부 예산안 처리 시한이 오는 23일로 다가온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의회를 찾아 초당적인 협력을 요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원에 대한 민주당의 통제가 끝나는 순간, 우크라이나엔 잠재적인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올겨울을 승부처로 보고 모든 전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전쟁 300일째인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격전지로 꼽히는 동부 바흐무트를 방문해 사기 진작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웅들이 ‘러시아 세상’을 막을 것으로 믿는다”고 독려하며 군인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NYT는 “한때 7만 명이 거주했던 바흐무트는 러시아의 가차없는 공격을 받았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황폐해진 곳”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위험한 최전선 여행을 떠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겨울 평화협상’ 의사를 타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보안상 이유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