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개혁에 따른 일각의 반발은 즉각적인데, 국민 모두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대부분 퇴임 이후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개혁의 큰 방향도 옳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이런 과제들을 이행하긴커녕 더 퇴행시켰음을 고려하면 더욱 절박하다.

문제는 실행이다. 윤 대통령이 밝힌 대로, 미래세대가 일할 의욕을 갖게 할 연금개혁,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공급할 노동개혁, 국제 경쟁력을 키울 교육개혁이라는 총론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심각한 이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역대 정권이 개혁을 내걸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 정권의 명운을 걸고 나서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날 밝힌 추진 일정을 보면 그런 결기를 찾기 어렵다. 조 장관은 개혁안 논의를 위한 장기 재정 추계 결과를 내년 3월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제출하고, 특위 논의를 거쳐 개혁안을 내년 10월 확정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에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소야대 국회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다음 정부에서나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 동력이 생기기 힘들다. 심지어 거대 야당의 반대 등을 핑계로 다음 정부로 넘기겠다는 오해도 부를 수 있다. 연금개혁은 ‘선택의 문제’라고 할 정도로 이미 다양한 검토와 추계가 이뤄져 있다는 사실도 외면한 것이다.

지도자는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대통령은 가장 어려운 결단을 해야 하는 직책이다. 지난 대선 후보들이 모두 동의했고 이미 국회 특위까지 구성됐을 정도로 초당적 협력이 상대적으로 쉬운 연금개혁 의지가 흐릿하면 다른 개혁은 보나 마나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내년은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특히 총선 선거전이 본격화하기 전인 상반기가 중요하다. 국회 통과가 어렵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총선 공약으로 내걸 결기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아니면 말고 식의 졸속 추진을 해선 안 되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구호 “좋아! 빠르게 가”를 외칠 때다.